[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협력하는 자가 생존” 환경 문제 해결 돕는 ‘팃포탯 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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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문제에 적용해본 게임이론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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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원인은 박쥐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지속되자 2017년 우한연구소에서 박쥐를 맨손으로 채집하다가 연구원들이 손을 물리는 장면을 중국중앙(CC)TV가 보도한 것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방영하는 등 중국과 함께 박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쥐의 생태를 알아보면 다른 면이 있습니다. 동물의 피를 먹고 사는 흡혈박쥐는 사흘만 먹지 못하면 굶어 죽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피가 필요할 때 동료들에게 피를 나누어 줍니다. 박쥐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팃포탯(Tit-for-Tat)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게임이론으로 반복되는 게임 상황에서 쓰이는 상호전략 중 하나입니다. 상대가 협력하면 나도 협력하여 서로 윈윈 관계를 만들어 내고, 반대로 상대가 배반하면 나도 배반하여 더 이상 상대가 이득을 취하지 못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윈윈 상태를 유도합니다. 이 이론은 이기적 유전자가 어떻게 이타적인 행동을 나타내는지 설명하는 데 이용됩니다. 환경 문제에도 팃포탯을 적용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환경 문제는 광역성, 시차성, 상호관련성, 비가역성의 특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황사가 발생했을 경우 발생한 곳과 피해를 입은 곳은 시차가 납니다. 또한 황사는 멀리 날아가 피해를 입히는 광역성의 특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기오염으로 발생한 산성비는 땅과 물을 오염시키는 상호관련성을 가집니다. 또한 한번 오염된 곳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비가역성의 특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인한 것입니다. 그래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이를 자각하는 의미로 “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문구가 사용됩니다. 지엽적인 사고나 행동에 매몰되지 말고 전체를 생각하라는 의미입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사태는 지금 이러한 관점이 꼭 필요한 시대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미국은 170년 만에 찾아온 초강력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해 남부지역이 초토화되고 있습니다. 미 동부 지역 사망자는 9월 5일 현재 최소 62명이며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7월이 전 세계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웠다고 밝혔습니다. 지구 표면 온도(지표면+해수면)가 16.73도로 20세기 평균온도 15.8도보다 0.93도 높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따져봐야 합니다. 시간적으로 산업혁명 이후 증가한 온실가스의 추이를 분석해야 하고, 발생한 온실가스가 공간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살펴봐야 합니다. 온실가스 배출과 상관없는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직면하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례는 많습니다. 즉, 기후위기는 환경 정의 문제를 만들어 냅니다.

100여 년 전 영국의 경제학자 아서 피구는 그의 저서 후생경제학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세정책을 제안하는데 이를 그의 이름을 따서 피구세라 부릅니다. 경제활동을 하면서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에게 혜택이나 손해를 입히는데 이를 외부효과라고 합니다. 모든 경제활동에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외부효과의 경우 타인에게 혜택을 주거나 손해를 입히고도 그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처럼 기상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과 원인 제공자는 다릅니다. 기후위기는 외부효과로 나타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Finance Initiative)는 2006년 4월 책임투자자원칙(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을 출범시켰습니다. UNEP FI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슈를 고려하여 반영하는 것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이 세 가지 요소를 반영하여 투자 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021년 2분기(4∼6월) 전 세계 ESG 펀드는 2조300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이 어떻게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위에서 말한 팃포탯 전략의 윈윈 관계를 상품과 서비스 구매에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팃포탯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에 적용되지만 기업과 소비자는 표면적으로는 경쟁하는 관계는 아닙니다. 여기서 소비자가 더 좋은 물건을 사는 것과 더 좋은 물건을 생산하는 것을 경쟁 관계에 빗대어 봅시다. 기업 활동은 우리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 활동은 반드시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는 ESG 지표가 낮은 기업의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한 개인의 행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위 문구 대신 “Link globally, act locally”로 대체해야 합니다. 세계는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만일 모든 기업의 ESG 지표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평가되어 있으며 수시로 공개되고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구매평을 보듯이 해당 기업의 지표를 보고 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일상화된다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소비자는 윈윈 전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수종 신연중 교사
#신문과놀자#nie#환경이야기#환경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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