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 급증한 가계대출, 주로 집값-전세금 마련… 추가 규제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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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에도 7월 10% 넘게 늘어… GDP 대비 상승폭 43개국중 3위
주담대, 상반기 36조2000억 증가, 전세대출 148조… 4년새 100조↑
고승범 “가계빚 추가 대책 검토”… 韓銀은 ‘추가 금리 인상’ 시사
변동금리 대출 서민 부담 커질듯


가계대출이 올해 들어 7개월 만에 80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가계 빚 증가 속도는 세계 주요 43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추석 연휴 이후 추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금융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79조7000억 원 늘었다. 7월에만 전년 대비 10.2% 늘어난 15조4000억 원의 가계대출이 나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 1분기(1∼3월) 105%로 2018년 말보다 13.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제결제은행(BIS) 조사 대상 43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상승 폭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도 “가계부채는 강력히 관리해 가야 하는 상황이고 추가로 보완할 수 있는 과제는 검토하고 있다”며 추가 규제 의지를 명확히 했다. 문제는 집값 급등에 따라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올 상반기(1∼6월) 36조2000억 원 불어났다. 2017∼2019년 상반기 평균 증가액(17조2000억 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하나인 집단대출은 7월 한 달간 2조1000억 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전체 증가액(2조3000억 원)에 육박한다.


전세자금 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148조5732억 원으로 집계됐다. 4년 전(52조8189억 원)에 비해 181% 늘어난 규모다. 특히 20대의 전세자금 대출이 24조3886억 원으로 4년 새 5.6배로 급증했다. 당국이 섣불리 제동을 걸었다간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이동훈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전날 토론회에서 “올해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 집단대출 등 세 가지가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 3개 대출이 모두 실수요 관련 대출이어서 정책적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대출 조이기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9일 “가계부채의 연착륙과 안정적인 관리는 꼭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실수요자마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해선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집값 급등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한은이 연내에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은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가계부채 증가율을 0.4%포인트, 주택가격 상승률을 0.25%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8월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해 인상 사이클로 들어갔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점도 금융당국의 고민이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2014년 1월(85.5%) 이후 7년 5개월 만에 80%를 웃돌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대출을 조여야 한다면 전세자금 등이 필요한 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책자금 지원 방안도 함께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10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가계부채 대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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