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여권의 ‘갈라치기’, 與 차기 주자들도 이어갈까[광화문에서/한상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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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정치부 차장
한상준 정치부 차장
“정권을 잡고도 자신의 집단이 기득권의 희생자라는 피해의식. 적(敵)으로 상정한 검찰과 언론에 대한 법률적, 도덕적 한계를 벗어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정서. 반대자들을 배제하기 위한 사이버 폭력으로 친문(친문재인)의 순혈주의를 유지하겠다는 결속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인 권경애 변호사는 책 ‘무법의 시간’에서 집권 여당과 그 지지자들의 행태를 이렇게 규정했다. 이 책은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폭주가 본격화되기 전에 썼지만, 지금의 언론중재법 정국에서 드러난 여권의 모습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당한 것처럼 국민도 한마디도 못 하고 검찰과 언론에 당해야 하나”(윤호중 원내대표)라고 했다. 국내외 언론·시민단체들이 위헌성을 지적했지만 민주당은 “언론개혁”이라는 자신들만의 명분을 앞세워 귀를 닫았다. 속도 조절을 언급했던 몇몇 의원들은 ‘좌표’가 찍혀 문자폭탄을 받았다. ‘언론이라는 적과 싸우고 있는데 왜 동참하지 않느냐’는 이유다.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부터 여권은 내부 결속을 위해 끊임없이 외부의 적을 만들었다. 첫 타깃은 적폐 세력이었다. 적폐 청산의 선봉에 섰던 검찰이 그 다음 대상이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무사히 마칠 동안 지켜만 봤던 여권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칼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향하자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적을 만들어 피아(彼我)를 구분하는 ‘갈라치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도 등장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며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적었다. 파업을 결정한 의사들을 겨냥한 메시지에 야당은 “다음엔 누구를 적으로 돌리실 셈인가”라고 성토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갈라치기’에 대한 호된 심판을 받았지만, 여권은 굴하지 않았다. 마지못해 검찰개혁을 잠시 접은 민주당은 언론으로 시선을 돌렸고, 여당의 폭주 기관차는 다시 출발했다.

쏟아지는 비판에 언론중재법 강행은 일시적으로 중단됐지만, 여권의 적 만들기는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의 미래 권력으로 꼽히는 대선 주자들은 누구도 국민통합을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권 주자들은 부동산정책 실패를 관료 탓으로 돌리고, ‘조국 사태’ 판결을 두고는 판사를 성토한다. 여권 원로로 꼽히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조차 “(차기 대선일인) 내년 3월 9일이 같은 밤이 안 되려면 4월 7일을 잊지 말라”며 폭주와 독주를 경고할 정도다. 이처럼 도처에서 울리는 경고에 민주당은 언제까지 귀를 닫고 있을 셈인가.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여권#갈라치기#내부 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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