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2는 희생양?…‘고교학점제·교육과정·대입’ 제각각 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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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23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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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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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23년 고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하면서 현재 중학교 1~2학년과 학교 현장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단계적으로 적용되지만 ‘고교학점제용 교육과정’은 예정대로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교에 입학할 때부터 적용된다. 중 1~2학년은 대입 역시 현행 제도가 적용된다. ‘고교학점제’ 따로, 대입 제도 ‘따로’인 셈이다.

교육부는 23일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을 위한 단계적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2023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2023년 고교 1학년부터 수업량의 기준인 ‘단위’가 ‘학점’으로 전환된다. 고교 3년간 총 이수학점은 기존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바뀐다. 총 수업시간이 기존 2890시간에서 2720시간으로 170시간 줄어든다.

지난 2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할 때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모든 고교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이를 2년 앞당긴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교육부는 현재 일반계고 55.9%가 참여하고 있는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참여율을 내년 84%로 확대한 뒤 2023년까지 100%로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고교학점제에 맞춰 바꾸는 2022 개정 교육과정, 모든 선택과목에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도입, 학업성취율이 40%가 되지 않으면 적용하는 ‘미이수제’ 등 핵심 내용은 2025년 고교 1학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대상이다.

‘고교학점제용 대입’도 2025학년도 고1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도부터 적용한다. 교육부는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2024년 2월까지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중학교 2학년과 1학년은 고교학점제가 단계적으로 적용되지만 대입은 현행 제도가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고교학점제는 대입 제도 개편이 관건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서 듣고 기준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전형의 비중이 높으면 수능 과목 중심으로 과목이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문재인정부는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며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수능위주전형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한 상태다. 통상 수시모집에서 정시모집으로 이월되는 인원이 5% 정도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정시 비율은 45% 이상이다.

2023년 고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일부 적용되지만 교육과정은 기존 교육과정을 그대로 배우고, 대입도 수능위주전형 비중을 강화한 현행 대입제도가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고교학점제 따로, 교육과정 따로, 대입제도 따로’ 현상이 발생하면서 중1~2학년 학부모들은 진로 선택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

고교학점제가 성공하기 위한 또 다른 요건인 교원 수급 계획도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고교학점제에서 다양한 선택과목이 개설되고 학업성취율이 최소 기준에 미달한 학생의 보충지도 등을 위해서는 교원이 확충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교원 수급계획은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수 감소에 따라 신규 교원 채용을 줄이는 데에 맞춰져 있다. 교육부가 이날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공고한 ‘2022학년도 공립 중등교원 선발 예정인원’ 현황을 취합한 결과 지난해보다 516명 줄어든 3917명을 뽑을 예정이다.

교육부는 최종 공고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교원수급계획상 채용규모인 4270~4410명 수준으로 선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도 지난해와 비교해 최소 23명에서 최대 163명가량 신규 선발인원이 감소하게 된다.

교육부는 2023년부터 적용할 교원수급계획을 수립할 때는 개설 과목 증가, 학업설계, 미이수 지도 등 고교학점제 교원 수요를 반영한 새로운 교원 수급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학생수 감소에 따라 교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재정당국의 반대를 넘어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교학점제용 학교 공간 조성도 아직 미완성이다. 교육부는 교과교실제, 학교공간혁신,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등을 통해 2024년까지 고교학점제형 학교 공간 조성을 연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의 경우 756개교에 학점제형 공간이 조성된다. 전체 1680개 일반고의 45% 수준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고교학점제의 여건은 대입, 내신, 시설, 교원인데 2023년에는 이뤄진 것이 없다”며 “현재 중1과 중2는 여건이 구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교학점제를 시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2025년 전면 적용돼 현 초등학교 6학년부터 해당된다고 알았던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은 오늘 교육부 발표로 혼란을 느낄 수 있다”라며 “고교학점제 대상이 아니라고 여겼던 현 중1과 중2 학생이 있다면 혼란의 정도의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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