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교과서가 따로 없네” 겸재-김환기 작품에 절로 탄성

이기욱 기자 ,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7-21 03:00수정 2021-07-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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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첫 일반 공개]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77점 전시

인왕제색도-금동불 ‘일광삼존상’ 등
국보-보물 선보여… 특별 영상도 제작


겸재(謙齋) 정선의 ‘인왕제색도’. 비가 갠 후의 인왕산을 먹을 듬뿍 묻힌 붓으로 표현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98인치 대형 모니터에 겸재(謙齋)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를 촬영한 영상이 흐르고, ‘인왕산을 거닐다’라는 문구가 천천히 뜬다. 치마바위 등 인왕산 곳곳을 찍은 영상 위로 인왕제색도에 담긴 치마바위가 겹친다. 약 270년 전 그림 속 인왕산과 2021년 현실 속 인왕산이 만나는 순간. 국립중앙박물관(국박)이 특별 제작해 서울 용산구 전시실에서 선보이는 5분 20초 분량의 영상이다. 21일 막을 여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기획한 이수경 국박 학예연구관은 “명품에 대한 호기심이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높이 8.8cm의 삼국시대 불상 ‘일광삼존상’. 삼존불 뒤로 섬세한 불꽃 무늬가 특징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시실로 들어서면 높이가 8.8cm에 불과한 금동불 ‘일광삼존상’(국보 134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살상 뒤 광배(光背·부처나 보살 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것)에 그려진 연꽃무늬와 불꽃무늬는 성스럽고 고결한 느낌을 준다. 삼존불 중앙에 부처 대신 보살이 있는 형태는 당시 매우 독특한 형식이다.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아름답고 섬세한 삼국시대의 미(美)를 잘 나타내는 불상”이라고 평가했다.

고려시대 사경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 검푸른 색 종이에 금가루로 불경을 옮겨 적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고려시대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화엄경·국보 235호)이 있다. 검푸른 종이에 금가루로 불경을 옮겨 적었다. 섬세한 글자와 화려함이 고려시대 불교의 융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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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檀園) 김홍도의 ‘추성부도’. 날카로운 붓선이 가을의 쓸쓸함을 나타낸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화엄경 맞은편에는 조선시대 서화 두 점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단원(檀園) 김홍도(1745∼?)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와 인왕제색도(국보 216호)다. 먹을 듬뿍 묻혀 여름철 비가 갠 직후의 느낌을 살린 인왕제색도와 마른 먹을 이용해 가을의 메마른 느낌을 날카롭게 담아낸 추성부도는 한눈에도 확연히 대비된다. 넘쳐나는 그림 주문으로 자신감 넘쳤던 겸재의 노년과 건강 악화로 죽음과 마주했던 단원의 쓸쓸한 노년이 담겼다.

고려시대 불화 ‘천수관음보살도’. 44개의 손에 지닌 물건들에는 옛 사람들의 소원이 담겼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고려시대 불화 ‘천수관음보살도’(보물 2015호)도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1000개의 손과 눈을 가졌다고 해서 천수관음보살이지만, 전부 그릴 수 없어 11면의 얼굴과 44개의 손으로 표현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근현대작 58점 전시

이중섭의 ‘황소’-‘흰소’ 나란히 걸려
박수근-유영국-장욱진 등 대표작 포함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 대형 벽화용으로 주문 제작된 이 작품은 파스텔 톤과 비대칭의 곡선이 마음을 평온케 한다. 환기재단·환기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국현)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포스터에 담긴 작품은 김환기(1913∼1974)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색상을 바탕으로 인물과 동물, 사물을 정면 혹은 측면으로 그려 고답미를 물씬 풍긴다. 1950년대 삼호그룹 정재호 회장이 주문 제작한 대작으로, 1960년대 말 미술시장에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김환기의 ‘산울림 19-II-73#307’(1973년)은 그가 1960년대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후 완성 단계에 이른 점화 양식을 잘 보여준다. 흰 사각형 안 동심원들이 세 방향으로 퍼져 나가며 묘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그는 당시 점, 선, 면만으로 이뤄진 추상화 실험을 이어갔다.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세파를 견딘 주름 가득한 황소의 진중하고 묵직한 모습을 포착했다. 환기재단·환기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환기 작품의 대각선 방향 건너편으로 이중섭(1916∼1956)의 ‘황소’(1950년대)와 ‘흰 소’(1950년대)가 나란히 걸려 있다. 인내를 상징하는 소는 이중섭에게 한국의 상징이자 자화상이었다. 이 중 붉은 황소는 6·25전쟁이 끝난 직후 새로운 출발의 시점에 그려졌다. 붉은 황소를 그린 이중섭의 현존 작품 4점 중 하나다. ‘황소’가 소의 머리를 부각했다면 ‘흰 소’는 걷고 있는 소의 전신을 역동성 있게 묘사했다. 흰 소는 백의민족을 상징해 일제강점기 당시 작품 소재로 사용하는 게 금기시됐다.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년). 여인의 이목구비와 손동작 등의 묘사가 작가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환기재단·환기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박수근(1914∼1965)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년)은 화강암의 거친 질감이 소박한 정취를 자아낸다. 아이를 업은 채 절구질하는 여인의 고단한 모습을 포착했다. ‘서민 화가’로 불린 박수근은 농가의 일하는 여인들을 평생 그렸다.

유영국의 ‘작품’(1972년). 산을 모티브로 다양한 색채와 질감을 시도했다. 환기재단·환기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유영국(1916∼2002)의 ‘작품’(1972년)은 산을 모티브로 했다. 그는 다양한 색채와 질감을 통해 산의 형태에 변주를 준 연작들을 남겼다. 1972년작은 차가운 색채를 썼지만 나란히 진열된 1974년작 ‘작품’은 따뜻한 주홍빛으로 그려 대비된다. 장욱진(1918∼1990)의 ‘나룻배’(1951년)는 6·25전쟁 기간에 그려진 것으로 어릴 적 고향에서 본 강나루의 풍경을 정감 있게 표현했다.

장욱진의 ‘나룻배’ (1951년). 6·25전쟁 당시 피란을 간 작가가 고향의 강나루 풍경을 그렸다. 환기재단·환기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이건희 컬렉션#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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