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점/황인찬]인구 절벽으로 병력 수급 위기… “징병제 대안 논의할 때”

황인찬 논설위원 입력 2021-05-12 03:00수정 2021-05-1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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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르는 모병제 도입 논란
황인찬 논설위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모병제 도입 논란이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이남자(20대 남성)’의 표심 얻기에 실패했던 여당의 잠룡들이 모병제 도입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거들고 나섰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7일 모병제에 대해 “대선 국면에서 논의될 텐데 정확한 실정을 여야 모두 알고 대안을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로 인해 현재의 징병제로는 병력 수급에 한계가 있는 만큼 모병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병력 감축 가능성이 큰 모병제의 도입은 시기상조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병력 수급 절벽, 모병제 필요


모병제 도입 검토는 2000년대 이후 선거철 때마다 거론됐지만 ‘반짝 관심’에 그칠 뿐이었다. 이런 사이 출생률 하락으로 인한 병력 감소 위기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우리 군의 57만여 병력 중 병사는 30여만 명 수준이다.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했을 때 매년 20만 명은 충원돼야 현원이 유지되는 구조다. 그런데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20년 29만 명이었던 현역 입영 대상자 수가 2025∼2030년에는 20만∼22만 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2038년 이후로는 15만 명 이하로 감소한다. 이런 까닭에 2020년 중반부터 병력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고, 2030년대 후반이 되면 징병 대상자 모두를 군에 보내도 현재의 병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된다.

모병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간부가 아닌 사병도 직업 군인으로 만들어 안정적으로 병력을 수급하고, 새로운 청년 일자리도 공급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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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예산이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모병제 도입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 자료에 따르면 모병제로 병사 20만 명을 모집하는 경우 2021∼2025년 필요한 비용은 29조1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징병제를 유지하면 15조8000억 원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모병제 도입 시 매년 약 2조7000억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모병제로 인한 사회적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상목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 교수는 2017년 징병제로 인해 학력 단절 등으로 놓치는 병사들의 기회비용이 1인당 4169만 원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모병제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며 “미래 안보 전략 차원에서 징병제를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여전한데 병력 감축 우려


모병제가 도입되면 병력 감축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예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모병제가 되면 우리 병력은 30만 명 내외로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병력 규모로 정규군만 130만 명이 넘고, 핵까지 가진 북한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모병제가 되면 국방비 가운데 인력비의 비중이 증가해 첨단 무기 도입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모병제가 되면 병역 기피나 젠더 갈등은 줄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군 생활이나 급여를 비롯한 보상의 수준이 향상되지 않으면 저소득, 저학력의 청년들이 주로 군에 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흙수저 입대’ 논란이다.

게다가 모병제가 돼도 충분한 병력을 충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병 계급의 직업 군인에 대한 선호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병으로 입대한 이후 부사관이나 장교로 가는 길을 터주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럴 경우 군대가 역피라미드형으로 변해 기존의 지휘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인구 절벽이 문제지만 그렇다고 안보 불안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모병제가 되면 병력 감축은 불가피해서 결국 북핵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제2창군’ 각오로 해법 찾아야


무엇보다 모병제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졸속 추진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안보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래 안보 상황을 고려해 향후 필요한 병력 규모가 먼저 산출돼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징병제를 유지할지, 모병제를 도입할지, 아니면 둘을 혼용할지가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병력 수급 방안은 향후 군 조직의 변화나 무기 체계 도입과 맞물려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것이어서 군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크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모병제로 가는 것은 제2의 창군에 비할 정도로 군에는 큰 변화”라면서 “군이 적정한 병력을 산출하기 전에 모병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은 정치권의 활발한 모병제 논의와 달리 “시기상조”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여군을 비롯한 간부 확대, 현역병 기준 완화 등으로 병력 규모 유지에 매달리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제라도 군이 나서서 병력 수급의 어려움을 밝히고, 합리적인 대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美-英-獨-日등 103개국이 모병제 시행


전 세계적으로 징병제보다 모병제를 택한 나라가 많다. 첨단무기 중심으로 군이 현대화되면서 전문적인 직업 군인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모병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103개국으로 유엔 회원국(192개국)의 57.4%에 이른다. 반면 징병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스위스 터키 이스라엘 등 66개국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을 거치며 반전 여론과 함께 징병제 폐지 목소리가 커지자 1973년 모병제로 전환했다. 전환 초기 저학력자와 빈곤층이 대거 입대하며 병력의 질적 저하 우려가 컸으나 훈련병 엄선 작업과 지속적인 훈련으로 이를 보완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1963년 모병제 전환을 처음 실시했고, 2001년 프랑스, 2004년 이탈리아, 2011년 독일이 모병제로 바꿨다. 하지만 스웨덴은 2010년 모병제로 전환한 뒤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되자 2018년 징병제로 다시 전환했고, 비슷한 이유로 노르웨이 우크라이나 리투아니아 등도 징병제로 환원했다.

중국의 안보 위협 아래 있는 대만은 모병제를 논의할 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곳이다. 대만은 1990년대까지 40만 명의 군대를 징병제로 유지했지만 2000년부터 모병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했고, 2018년 완전히 전환했다. 하지만 모병제 전환 이후 지원율이 떨어지고, 예산 부담으로 병력이 20만 명으로 줄며 국방력 약화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상목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 교수는 “대만은 모병제가 사실상 실패했지만 영국은 모병제를 통해 만든 20만 군대로 강군이라 평가받는다. 모병제 도입 못지않게 어떻게 안착시킬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인찬 논설위원 hic@donga.com

::징병제::
개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국가가 병역의 의무를 강제하는 것. 저비용으로 다수의 병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인력 자원의 비효율적 활용,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됨.

::모병제::
개인이 국가와 계약해 직업군인이 되는 제도. 병역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나 예산이 많이 들며 병력의 질적 저하가 우려됨.

#모병제#도입#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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