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광철, 이규원에 출금 요청”-이규원 “봉욱 대검 차장이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7일 2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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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본질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가리는 게 아니다. 법집행기관인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본부장이 국민 앞에 위법한 법집행을 했는지 가리는 것이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은 7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검사에 대한 첫 재판에서 “긴급 출국금지를 할 수 없었던 대상을 상대로 실체를 왜곡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10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앞두고, 김 전 차관 사건 관련 피의자인 이 지검장 등에 대한 기소 방침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열린 차 본부장과 이 검사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을 동원해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검찰은 특히 2019년 3월 22일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당시 민정수서실 선임행정관)이 차 본부장, 이 검사와 연달아 연락하며 출국금지가 진행된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비서관은 이 검사에게 전화해 “법무부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김학의 출금 요청을 하면 무조건 출금하기로 얘기가 되어 있으니 빨리 출금 요청서 보내주면 좋겠다. 네가 보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검사에게 차 본부장의 연락처를 전달했다. 차 본부장은 전화를 걸어온 이 검사에게 “이 검사가 어려운 일을 맡았다. 장관이 김학의 긴급 출금에 대해 사전 재가 했다. 긴급 출금 요청서를 작성해서 사진으로 찍어 나에게 전송하면 접수된 걸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에 대해 이미 무혐의 처분이 난 2013년 서울중앙지검의 사건번호를 기입한 출금요청서 등을 법무부에 송부했다. 검찰은 긴급 출금 대상은 피의자일 경우로만 엄격히 제한되는데 당시 김 전 차관이 피의자로 전환될 단서조차 없는 상황에서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이 불법으로 출금을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검사 측은 “업무 수행에 문제가 있었다면 (출금을) 지시한 대검 차장이 직권남용의 주체”라고 반박했다. 이 검사 측은 재판이 끝난 후 “봉욱 당시 대검 차장검사의 지시로 출금 요청서를 발송한 것이다. 이 검사는 검사의 직무를 수행했을 뿐 독단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는 2월 참고인 신분으로 서면조사를 받았으며 “출금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차 본부장 측도 재판에서 “출국금지 권한은 장관이 가지고 있고 차 본부장은 이 업무를 행사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차 본부장 측은 “출금 이틀 전 박상기 장관, 김오수 차관, 차 본부장 등이 참석한 고위간부 회의에서 장관 직권으로 출금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김 전 차관의 출금 자체에 대해서는 장관의 재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소 제기권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이 검사 측은 현직 검사에 대한 기소는 공수처에게 전속 관할이 있으므로 검찰이 이 검사를 기소한 것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19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검사 측은 공수처가 제정한 사건사무규칙을 근거로 들지만, 공수처는 헌법기관이 아니며 공수처 규칙이 검찰 기소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공방에 대해 “공수처의 기소권이 독점 배타적인지 등에 대해 늦기 전에 판단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박상준 기자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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