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추구하는 다양성은 포용이 전제’ AWS가 그리는 공정 사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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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27일 0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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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7월, 인류는 처음으로 지구 이외의 천체에 발을 디디는 데 성공한다. 아폴로 계획은 미국 연방 정부의 5.5%에 이를 정도로 천문학적인 예산이 사용되었으며, 기술진만으로도 약 40만 명이 투입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은 나사 엔지니어인 마거릿 해밀턴(Margaret Hamilton)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마거릿 해밀턴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라는 용어를 처음 고안한 사람 중 한 명이며, 시스템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 공식 시스템 언어 모델링, 오류 감지 및 복구 기술,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시스템 등 아폴로·스카이랩 프로그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녀는 구리 로프의 움직임으로 0과 1을 구현하는 ‘아폴로 가이던스 컴퓨터’를 고안했으며, 달 착륙에 문제가 생길 것을 미리 예견해 컴퓨터가 중요 작업부터 실행하도록 프로그래밍해놓았다. 그 덕분에 달 착륙 시작 3분 만에 발생한 문제는 조기에 해결되었으며,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할 수 있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마거릿 해밀턴이 아닌 닐 암스트롱을 기억하지만, 그녀의 개척 정신과 경험은 지금도 많은 엔지니어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제 2의 마거릿 해밀턴이 등장하기란 쉽지 않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상장법인 전체 성별 임원 현황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여성 임원이 1명 이상 있는 기업은 33.5%며, 여성 임원 비중은 4.5%에 불과하다. 미국 200대 기업의 여성 등기임원 비율이 30%인 것과 비교하면 약 7배는 부족하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성별로 각자의 역할을 규정해선 안 되며, 공정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IT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다양성은 곧 고객 우선주의, AWS에게 듣다

2018년 아마존 전체의 여성 임직원 비율은 41.9%였는데, 2020년에는 44.6%로 과반에 근접했다. 출처=아마존
2018년 아마존 전체의 여성 임직원 비율은 41.9%였는데, 2020년에는 44.6%로 과반에 근접했다. 출처=아마존

AWS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다. 클라우드 자원이 필요한 기업의 서비스 구축과 설계, 클라우드 공급은 물론 클라우드 기반의 컴퓨팅, 스토리지, 인공지능 등 200개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WS는 전 세계 25개 지리적 리전과 80개의 가용 영역, 245개 국가 및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만큼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공통의 리더십 원칙과 다양성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2020년 기준 아마존 글로벌의 인력 비중은 여성 44.6%에 남성 55.4%로 평준하고, 미국은 여성 46.9%에 남성 53.1%로 여성 비중이 더 높다. 흔히 남초 직군으로 생각할 수 있는 현장 및 소비자 지원 부서 역시 여성 48.5%에 남성 51.5%로 균일한 수준이며, 관리직 및 시니어 직군의 여성 비중도 20~30% 정도를 차지한다.

송주현 AWS 코리아 DNB, 게이밍, ISV 총괄. 제공=AWS
송주현 AWS 코리아 DNB, 게이밍, ISV 총괄. 제공=AWS

이날 인터뷰에 응한 송주현 리더는 AWS에서 디지털 네이티브 비즈니스(DNB), 게이밍, 그리고 독립 소프트웨어 공급업체(Independent Software Vender, ISV)를 총괄하고 있다. DNB는 컴퓨터, 모바일, 인터넷 같은 디지털 환경이 기반인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 게이밍은 네트워크를 통한 다양한 장르의 온라인 게임, ISV는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 중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요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다. 각각의 분야만 해도 시장 규모가 상당한데, 송주현 리더는 이 세 분야를 모두 총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AWS 코리아는 수평적인 업무 문화를 추구해, 한글 직함 없이 모든 직원에 '님'을 붙여서 부른다고 한다. 작은 부분부터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돋보인다.

송주현 리더가 걸어온 길, 그리고 AWS에 입사했을 당시의 상황은 어땠을까? 송주현 리더는 “88명 정원에 여성이 13명 밖에 안되는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했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했다”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엔지니어 자체가 남성 비중이 높다 보니 어딜 가든 ‘어린 여자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지만, 그들의 시선은 그 사람들이 꾸준하게 쌓아온 편견이다. 이 편견을 깨기 위해 여성 엔지니어가 희소성 있는 인력으로 받아들여지는 대신, 실력 있는 엔지니어로 평가받는 선례를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렇게 2년 정도 지나니 경험은 자산이 되고, 선입견 없이 자신을 증명하는 과정을 거치며 더 큰 세상을 그리게 되었다고.

아마존의 14개 리더십 원칙. 출처=아마존
아마존의 14개 리더십 원칙. 출처=아마존

그녀가 AWS에 합류하게 된 건 2016년이다. “처음 AWS 기술지원팀 리더로 합류할 때만 해도 기술 포지션의 여성 직원이 드물었다. IT 업계에 훌륭한 여성 인력들은 많지만 도전 빈도가 적은 게 문제였다. 그래서 AWS를 업무를 체험하거나 소개하는 자리를 가지고, AWS에 입사하면 개인의 가치와 역량을 더하는 게 기조라고 홍보했더니 여성 지원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AWS가 이런 결과를 만든 배경에는 14개로 구성된 리더십 원칙(Leadership Principles)이 있다. 리더십 원칙은 아마존의 행동 강령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고객집착’을 최우선으로 하며, 팀의 혁신과 발명, 단순화, 호기심, 최고에 대한 고집과 큰 생각 등이 포함돼있다.

아마존에는 총 12개의 유연 단체(Affinity group)이 존재한다. 출처=아마존
아마존에는 총 12개의 유연 단체(Affinity group)이 존재한다. 출처=아마존

고객에 대한 집착을 통해 AWS의 성향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고객을 맞추기 위해 어떤 특정한 사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송주현 리더는 “AWS는 인종, 성별 등으로 인한 사회적 책임을 이해하고, 이끌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사례가 흑인 노동자 관계망(Black employee network)나 현직 및 전직 군인을 지원하는 워리어 앤 아마존 등이 있고, AWS 코리아에서도 우먼 앤 아마존,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마이너리티 그룹이 발달해있다. 전 세계적으로 9만여 명 정도가 열정적으로 포용문화, 인종, 성차별 등을 반대하는 기조의 활동을 하고 있을 정도”라고 내부 분위기를 강조했다.

2018년 유연 단체(affinity group)로 시작한 ‘우먼 앤 아마존’은 왜 여성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증명하기 위해 송주현 리더가 주도해서 시작됐다. 우먼 앤 아마존은 엔지니어를 포함해 비기술쪽 여성 인재 고용,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고용 프로그램, 육아 지원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다이버시티(Diversity, 다양성) 앤 아마존으로 이름을 바꿔 젠더, 경험, 사고방식, 배경 등에 대해 사회적 책임, 외부 멘토링, 채용 오픈하우스 기획 등 넓은 분야로 대상을 확장하고 있다. 아마존이 추구하는 다양성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AWS코리아는 비영리단체인 걸스 인 테크와 함께 여성 교육, 커뮤니티, 경험 공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출처=걸스 인 테크 코리아
AWS코리아는 비영리단체인 걸스 인 테크와 함께 여성 교육, 커뮤니티, 경험 공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출처=걸스 인 테크 코리아

AWS는 외적으로도 기술 분야의 여성 진출을 지원하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 ‘걸스 인 테크(Girls in tech)’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 분야의 여성 리더십 양성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AWS는 여성 채용을 첫 단추로 기술 분야의 여성 리더들과 업계 사람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멘토링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지금 임원 위치까지 올라간 기술 분야의 여성 임원들이 걸어온 길과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유리 천장을 타파하기 위한 방향을 제안하는 게 목표다. 송주현 리더는 “기술직 임원이 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여성이 많은 게 현실이다. 걸스 인 테크를 통한 꾸준한 멘토링을 통해 이들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잡아줄 수 있는 레퍼런스 가이드북 같은 걸 만들기 위한 기획도 하고 있다”라며 방향성을 설명했다.

AWS 딥렌즈를 활용해 미국 수화를 화상에서 텍스트로 변환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AWS 딥렌즈를 활용해 미국 수화를 화상에서 텍스트로 변환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아울러 장애인 고용을 위한 AmazonPwD (People with Disabilities)도 진행하고 있다. PwD는 아마존을 보다 다양하고 포용적인 업무 공간으로 만드는 동시에 고객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직원들이 설립했다. 송주현 리더는 “2018년에는 처음으로 청음복지관 소속의 중고등학생을 초청해 AWS 클라우드가 무엇인지에 대해 소개했고, 2019년에는 진로 결정이 코앞인 청각장애인 대학생들을 초청해 실습 위주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라며, “이미 일반인,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장애인들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고용 창출까지 이어지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진행되는 ‘사회혁신 해커톤’에 참여해 수화번역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AWS의 인공지능 딥렌즈 기술을 통해 수화 모션을 읽고, 이를 머신 러닝으로 분석해 정확도를 올려 수화를 번역하는 구성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딥렌즈를 활용해 미국 수화를 텍스트로 구현하는 솔루션이 개발된 상태라 한국 수화로도 확장하기 위해 검토 중에 있다.

송주현 리더는 “아마존이 혁신을 대표하는 기업인 만큼, 인프라를 잘 활용해 장애인들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들에게 가진 선입견과 경계를 허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AWS와 같은 글로벌 기술 기업에 지원할 예정이라면, 단순히 고급 기술을 갖추는 것을 넘어서 끊임없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통해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는 역량을 끌어올리는 사람이 더 높은 위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양성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포용

송주현 AWS 코리아 DNB, 게이밍, ISV 총괄. 제공=AWS
송주현 AWS 코리아 DNB, 게이밍, ISV 총괄. 제공=AWS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불공정한 면이 많고,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사회의 핵심 구성원인 기업이 나서 다양성을 구축한다면, 더 빨리 공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AWS가 추구하는 방향을 기업 모두가 귀감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송주현 매니저는 “아마존에서 추구하는 진정한 다양성은 포용이 전제다. 아마존은 육아나 일반 사유로 경력이 단절되더라도, 휴직 이후 복귀한 직원이 충분히 충전하고 다시금 역량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있다. 직원들이 복귀 후 내 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게 아니라, 돌아와서 어떤 모습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 차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WS는 어떤 실패도 혁신을 위한 초석이 되고, 이 모든 것을 분석하는 과정이 혁신이라 본다. 그래서 실패에 대해 비난하거나, 귀책사유를 묻지 않는 걸 강조하고 있고,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항상 준비한다. 직원에 대한 포용 역시 장기적으로 보는 아마존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마무리했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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