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징검다리’ 이수현, 여전히 마음속에 살아”

도쿄=김범석 특파원 입력 2021-01-25 03:00수정 2021-01-2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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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26일 20주기… 日서 추모 물결
20년전 의인의 헌신 기리며… 20일 오후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고(故) 이수현 씨를 추모하고 있는 야마모토 히로코, 아라이 도키요시, 나카무라 사토미 씨(왼쪽 사진 왼쪽부터). 이 씨의 숭고한 희생에 감동을 받은 일본인들이 이 씨 앞으로 20년간 쓴 편지 일부. 총 2300통이 넘는다. 도쿄 =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20일 오후 1시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 내 계단 벽 앞에서 묵념을 하는 일본인 3명을 만났다. 이곳은 2001년 1월 26일 오후 7시 15분경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수현 씨(1974∼2001·사진)를 기리는 공간이다. 세 사람은 그의 20주기를 맞아 26일 열리는 공식 추모식에 앞서 이곳을 찾았다.

이 씨가 생전에 다녔던 일본어 어학당 아카몬카이(赤門會)의 아라이 도키요시(新井時贊·71) 이사장은 기자에게 “20년간 한 번도 그의 이름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고 직후 가장 먼저 경찰서로 달려가 비극을 알렸고 20년째 추모 사업도 이끌고 있다. 아라이 이사장은 “수많은 외교관이 이루지 못한 양국 관계 개선을 그가 혼자 힘으로 해냈다”고 평했다. 그는 당시 이 씨가 매일 오후 5시까지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며 “하필 그날 컴퓨터 수리 등으로 일이 늦게 끝났다. 정시에 퇴근만 했더라면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2002년 설립된 ‘LSH 아시아 장학회’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는 야마모토 히로코(山本弘子·62) 씨는 “헌신과 배려에 국경이 없다는 것을 이 씨를 통해 알게 됐다. 그 가르침에 감사하는 뜻에서 줄곧 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마모토 씨는 “3년 전 딸을 이 씨의 모교 고려대로 유학 보냈다”고도 밝혔다.

이 씨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설립된 ‘LSH 아시아 장학회’는 올해까지 누적 수혜 학생이 1000명을 넘는다. 이 씨의 기일을 잊지 말자며 일부러 1만2600엔을 내는 기부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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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나카무라 사토미(中村里美·56) 씨는 이 씨와 그 부모님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가케하시(징검다리)’를 제작했고, 2017년 2월부터 일본 15개 지역에서 상영회를 열었다. 그는 “우리 마음속에 이수현이 살아 있다고 말하는 관객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세 사람은 “이 씨가 살아 있다면 악화된 양국 관계를 누구보다 가슴 아파할 것”이라며 이 씨의 숭고한 정신을 기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외에 신오쿠보역 운영회사 JR히가시니혼은 장학회에서 발간하는 회보에 광고비(1000만 엔·약 1억 원)를 지원하고 있다. 항공사 JAL 역시 매년 이 씨 부모님의 일본 방문 항공료를 내주고 있다.

26일 20주기 추모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예년보다 조촐하게 치러진다. 이 씨의 어머니 신윤찬 씨(71)도 처음으로 참석하지 못한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한일#징검다리#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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