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김학의 수사의뢰’ 미리 알아…당시 긴급 출금 요청서에 기재

유원모 기자 , 황성호 기자 입력 2021-01-15 21:56수정 2021-01-1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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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 뉴스1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규원 검사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에 이틀 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을 수사의뢰할 예정이라고 기재한 사실이 15일 밝혀졌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공익신고서 등에 따르면 이 검사는 2019년 3월 23일 오전 0시 8분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서를 발송했다. 이 요청서에는 이미 무혐의 처분이 난 ‘서울중앙지검 2013년 형제65889호’를 사건번호로, 사유란에는 “법무부 과거사위원회는 2019년 3월 25일경 대검찰청에 뇌물수수 등 관련 수사의뢰 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당시 이 검사는 수사 의뢰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이 검사가 속한 진상조사단은 법무부 과거사위가 지정한 사건을 조사하는 하위 집행기관 성격의 기구였다. 진상조사단은 조사 결과를 과거사위에 보고하고, 수사 의뢰 여부는 외부인사 등으로 구성된 과거사위 전체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검사는 같은 해 3월 23일 오전 3시 8분 접수한 출국금지 승인요청서에도 존재하지 않던 ‘서울동부지검 내사1호’ 사건번호를 허위로 기입하고, 사유는 승인 요청 때와 같은 ‘과거사위의 수사의뢰 예정’ 문구를 적어 넣었다.

이 검사는 출금 관련 공문서에서 과거사위의 수사 의뢰 예정을 핵심적인 요청 사유로 들었지만 정작 과거사위 관계자들은 수사 의뢰가 결정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 과거사위원은 “진상조사단에서는 수사 의뢰를 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과거사위는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수사 의뢰를 섣불리 판단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거사위원도 “과거사위원들 간에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 의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누기도 했지만 출국금지 전부터 수사의뢰가 예정돼 있던 수순은 아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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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뢰 의결이 사전에 결정돼 있지 않았다는 정황은 이 검사가 대검 기획조정부에서 진상조사단 담당 업무를 한 A 검사와 나눈 메신저 대화내용에도 그대로 나와 있다. 출금 요청서를 보내기 전인 3월 20일 출금 필요성 등을 언급한 이 검사에게 A 검사는 메신저를 통해 “조사단 진상조사 결과는 위원회에도 보고 되지 않은 상태(위원회 심의 결과나 권고도 없음), 장자연 사건처럼 일부 내용에 대한 수사권고도 없음”이라고 했다. 과거사위에 수사의뢰를 위한 사전 보고 등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출금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낸 것이다.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금이 된 직후인 3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 의뢰를 의결했다.

당시 진상조사단에 참여한 한 법조인은 “과거사위원 중에 김 전 차관 사건을 담당한 주무위원에게 25일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미리 보고했고, 조사단 내부에서는 그날 의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주무위원은 김용민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였다. 김 의원은 2019년 4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긴급하게 출국 금지 요청을 법무부에 보냈다. 이게 가능했던 게 20일에 저희는 진행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초안을 만들어 놨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선 이 검사가 허위 내용이 기재된 출금 요청서를 혼자 작성했을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법무부와 대검 등 윗선 개입 여부가 수사 과정을 통해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공익신고서 등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기록 분석이 끝나는 대로 수사팀은 진상조사단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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