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페스→딥페이크…“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연예계 경악

뉴시스 입력 2021-01-13 18:21수정 2021-01-1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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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올라와 공론화
"팬문화의 심각한 변질" 추악
"상품 취급 '과도한 소비권력'"
"K팝 문화산업뿐 아니라 사회까지 멍들 것"
아이돌을 성적 대상화하는 수위가 날이 갈수록 과도해지면서 대중음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가요계에 따르면, 여성 아이돌에 대한 성폭력과 다름없는 ‘딥페이크(Deepfake)’, 남성 아이돌을 성노리개로 삼는 ‘알페스’(RPS·Real Person Slash)로 인해 기획사와 아이돌 당사자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딥페이크와 알페스 모두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아이돌의 피해가 크다.

딥페이크는 명백한 ‘디지털 성범죄’로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기존 인물의 얼굴, 특정 부위 등을 합성한 편집 영상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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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위가 높은 포르노 영상 등 음란물에 여성 아이돌 얼굴을 합성하는 경우가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이로 인해 일부 장면 등이 온라인에 떠돌고, 이를 접한 걸그룹 멤버들이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 아이돌이 피해자임에도 이들의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기사 댓글을 등을 성희롱하고 능욕하는 경우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해당 영상들이 불법으로 팔리고 있다.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여성 아이돌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다”면서 “그 친구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그 친구는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에 휩싸여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에 여성 아이돌만 노출되는 것이 아니다. 남성 아이돌의 목소리 등을 덧입히는 ‘불법 딥보이스’도 다수 떠돌고 있다.

특히 남성 아이돌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알페스다. ‘리얼 퍼슨 슬래시(Real Person Slash)’의 줄임말로, 남성 아이돌을 성적대상화하는 통로로 변질되고 있다.

처음에는 주로 여성 팬들이 좋아하는 남성 아이돌을 주인공 삼아 만든 팬픽션 형태로 출발했다. 초반에는 소수의 마니아 문화로 취급돼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변태적 성관계 묘사, 적나라한 성적 표현 등으로 인해 이 역시 ‘디지털 성범죄’라는 인식이 짙어지고 있다. 일일이 거명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인기 남성 아이돌이 대상이다.

최근 래퍼 손심바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페스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그는 “알페스, 힙페스(힙합과 알페스의 합성어), 딥페이크를 합리화, 옹호하며 꿋꿋하게 소비하는 사람은 ‘음지문화’가 아니라 ‘성범죄’를 즐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모르고 저지른 것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알면서도 저지르는 것은 용서하기 어렵다. 뿌리 뽑을 수는 없어도 그들이 부끄러워 숨고 사회가 경계하고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문화의 심각한 변질…인격존중 아닌 상품 취급 폐단
알페스는 팬 문화의 심각한 변질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남성 아이돌을 대상으로 팬픽은 1세대 아이돌이 탄생한 시기부터 함께 했다. 팬들과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어 초기에는 기획사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팬픽 전문 작가’가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팬픽에 아이돌에 대한 동경이 아닌 삐뚤어진 욕망이 투영되는 순간, 왜곡될 수밖에 없다. 최근 남성 아이돌들을 심한 성적 노리개로 대하는 알페스가 그것이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상품 취급을 하면서 벌어지는 폐단”이라고 진단했다. 아이돌 관련 상품을 다량으로 구입하며 스스로에게 부여한 ‘과도한 소비권력’의 왜곡된 분출이라는 얘기다.

실제 일부 하드코어 팬들은 알페스가 ‘놀이문화’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분야에나 있는 ‘음지 문화’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음지문화라고 해서 과도한 선정성·폭력성이 절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가요계 관계자는 “미성년자 아이돌이 성폭행까지 당하는 수준의 팬픽을 팬픽이라 부를 수 있냐”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더욱 당황스러운 건 자신들이 아이돌 문화를 구매하고 소비해 시장을 유지하다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뻔뻔한 태도다. 일부 알페스 생산자들은 판매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획사 관계자들은 강경 대응을 했다가, 괜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일부 앙심을 품은 팬들이 사소한 일을 과장해서 안티 행동을 할 때, 그것이 사실 유무를 떠나 과장이 돼 우리에게 오히려 피해가 될까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기부와 선행 등 K팝 팬문화가 국내외 성숙해지는 모습을 선보여왔는데, 일부 왜곡된 팬들의 행동으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법적 조치를 포함 강경대응을 준비하는 기획사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편에서는 여성 아이돌이 대다수 피해자인 딥페이크, 남성 아이돌이 주로 피해자인 알페스를 이분법적인 성별로 나눠 남녀 대결을 조장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신인 아이돌 그룹 데뷔를 준비 중인 기획사 관계자는 “일부 본질을 흐리는 네티즌의 행태도 추악하기가 마찬가지”라면서 “이건 아이돌 문화가 피해를 입는 걸 넘어 명백한 사회적 문제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K팝 문화 산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까지 멍들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딥페이크와 알페스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하면서 청와대 국민게시판에는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13일 오후 현재 ‘여성 연예인들을 고통받게 하는 불법 영상 ’딥페이크‘ 를 강력히 처벌해주세요’ 청원에는 약 30만명,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에는 약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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