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KBO리그는 ‘소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역대급 신인 투수 KT 소형준(20)의 등장에 한국 야구계 전체가 들썩였다. 2006년 한화 류현진(현 토론토) 이후 14년 만에 고졸 신인 두 자릿수 승리(13승)를 따내는 등 눈부신 피칭을 선보이며 압도적인 표차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소띠 해’인 신축년에도 2001년생 뱀띠 소형준의 KBO리그 정복은 순풍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전화로 만난 소형준은 “지난해보다 더 잘 준비하고 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 연봉 협상? 5분 만에 끝났다
프로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형준은 시즌 뒤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다. 각종 시상식, 언론 인터뷰에 불려 다니면서도 개인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구단과 처음으로 연봉 협상을 했다. 홀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소형준은 “지난해 성적이 좋았던 만큼 큰 부담 없이 들어갔다. 구단에서 워낙 잘 챙겨주셔서 5분 만에 나왔다. 결과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구단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2년 선배인 강백호(당시 1억2000만 원)를 넘어 KT 2년 차 최고 연봉이 유력하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수원 KT위즈파크 인근 선수단 숙소에서 생활 중인 소형준은 야구장을 오가며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 주 4회 훈련에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하는 단백질 중심 식단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소형준은 “체중을 늘리기보다는 전반적으로 힘을 붙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부터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소형준은 커터(컷패스트볼), 커브 등 변화구를 좀 더 예리하게 다듬을 계획이다. 그가 더욱 신경 쓰는 기록은 이닝과 평균자책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다.
○ 소형준이 꼽은 잊지 못할 순간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에 신인상 수상까지 더할 나위 없었던 2020시즌 중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소형준은 의외로 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10월 30일 한화전)를 꼽았다. 최종일까지 숨 막히는 순위 싸움을 했던 KT는 이날 3-4로 졌지만 경쟁 팀들 또한 패하면서 2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전날 선발 등판(6이닝 1실점 승리)하면서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소형준은 “벤치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경기를 봤다. 팀이 2위라는 순위로 한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게 기뻤다”고 말했다.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는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포수 장성우(31)를 꼽았다. 소형준은 “원정을 가면 밥도 많이 사주시고 평소에도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마운드에서 잘 던질 수 있었던 건 성우 선배 덕”이라고 했다. 이강철 KT 감독이 서운해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시상식에서 감독님 이야기를 많이 해서 이해해주실 것 같다”며 재치 넘치게 답했다.
○ 또 다른 인생경기를 꿈꾸며
새해에도 이루고 싶은 것이 많다. 그중 하나는 도쿄 올림픽 출전이다. 야구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1학년 때 열렸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소형준의 기억에도 생생하다. 유신고 시절 청소년 대표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소형준은 “국가대표가 되는 건 모든 선수의 꿈이다. 일단 실력을 올리는 게 먼저”라고 답했다.
국제무대의 중요한 길목에서 늘 만나게 되는 일본과도 좋은 기억이 있다. 소형준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부산에서 열린) 2019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일본전에서 6과 3분의 2이닝 2실점 했다.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5-4 역전 승리를 거뒀다. 내 인생 경기”라고 말했다. 소형준은 도쿄에서 또 다른 인생 경기를 꿈꾼다.
2021시즌 목표는 만원 관중 앞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는 것이란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건 퇴근길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것. 소형준은 “고3 때 사인을 만들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팬들을 잘 못 만났다. 새해 퇴근길에는 마음껏 사인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집에 안 가도 괜찮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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