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원 한정된 재난지원금, 어려운 이웃부터 선별지원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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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어제와 그제 “3차 재난지원금과 별개로 국민 위로를 위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이낙연 여당 대표도 코로나가 잦아드는 것을 전제로 “전 국민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과감한 보편 지급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필요하면 전 국민 지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하는 재난지원금은 재원이 한정돼 있다는 사실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것은 국가 재정에 지나치게 부담이 된다. 정부는 지난해 3차 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예산 3조4000억 원까지 앞당겨서 채웠다. 이에 앞서 추경을 네 번이나 편성했다. 한 해 네 번의 추경은 59년 만의 일이다. 국가채무는 지난해에 100조 원 이상 늘어 847조 원이 됐고, 올해 말이면 956조 원까지 늘어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 사회복지 지출의 확대를 감안하면 이미 재정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소비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차 재난지원금 100만 원 중 20만∼30만 원만 소비에 쓰여 경기 진작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차라리 피해 업종 종사자에게 몰아주는 게 낫다고 보았다. 대다수 국민은 줄어드는 소득과 늘어날 세금을 걱정해 70만∼80만 원을 그냥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소비 진작 효과도 불분명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계속 거론하는 것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선심정책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2, 3차 재난지원금은 재정 부족과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한 대비를 이유로 선별 지급돼 왔다. 재정은 더 나빠졌고 코로나 종식은 멀었는데 대상을 더 확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통령의 신년사에 있는 “가장 어려운 이웃부터 먼저 돕자는 국민들의 마음”이 맞는 인식이다. 재난지원금은 여론이 아니라, 피해 정도와 재정 여력을 기준으로 지급돼야 한다.
#3차지원금#양향자#재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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