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하원 이어 상원도 장악… 12년만에 ‘트리플 크라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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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 상원의원 2석 모두 승리… 상원, 민주-공화 각각 50석 확보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 쥐어… 민주당이 사실상 다수당으로
바이든, 안정적 국정운영 힘실려… 경기부양책 빠르게 실행할 듯

미국 민주당이 5일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2석 모두 승리해 상원 다수당을 탈환했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하원 다수당 자리도 유지한 민주당이 상원까지 장악함에 따라 20일 집권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는 각종 국정 과제에 상당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행정부와 상하원 모두를 장악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1기인 2009년 이후 12년 만이다.

CNN 등 언론은 개표가 98% 진행된 6일 기준 민주당 존 오소프 후보(34)가 50.4% 득표율로 공화당 현역 의원 데이비드 퍼듀(49.6%)를 눌렀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흑인 침례교 목사인 래피얼 워녹 후보(52)는 득표율 50.8%로 역시 현역 여성 의원 켈리 레플러(49.2%)를 누르고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했다. 유명 흑인 정치인 고 존 루이스 하원의원의 인턴 출신인 오소프 후보는 117대 미 상원의원 100명 중 최연소 의원이다. 워녹 후보 역시 흑인 노예 역사가 깊은 조지아에서 탄생한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이다.

두 사람의 승리로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씩 나눠 가졌다. 하지만 상원의장을 겸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가부 동수 법안에 대해 추가 1표(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어 사실상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민주당은 하원 435석 중 현재까지 222석을 확보해 하원에서도 다수당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바이든 당선인의 각종 정책이 집권 직후부터 빠르게 실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 온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과 국제 협약을 중시하는 과거의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해 왔다. 각종 국제 조약이 상원의 비준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다자주의 외교가 힘을 받을 수 있다.

상원 인준 청문회가 필요한 장관, 대법관 임명 또한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은 바이든 당선인이 신임 법무장관에 백인 진보 성향 판사 메릭 갈런드 연방항소법원 판사(69)를 지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집권 마지막 해인 2016년 초 보수 성향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하자 그를 후임자로 지명했지만 당시 상원 다수당이던 공화당이 인준을 반대해 무산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35%에서 21%로 낮췄던 법인세율을 다시 28%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개인소득세율 역시 현재 37%에서 기존의 39.6%로 환원될 가능성이 높다. 자본이득과 배당에 관한 세금 또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당선인은 2009년 이후 12년 동안 유지됐던 시간당 최저임금 7.25달러를 15달러로 올릴 뜻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회복을 위한 경기부양 자금 또한 당초 양당이 합의한 금액보다 많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최근 1인당 600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던 재난지원금을 1인당 2000달러로 크게 높이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강제 퇴거되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도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의석수가 공화당과 같아 국정 운영에는 여전히 공화당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원의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의사 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차단하고 표결을 실시하려면 60석이 필요하다. 민주당 내 중도 성향 의원이 바이든 행정부의 진보 정책에 반란표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민주당#트리플 크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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