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여행’ 떠나볼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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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여행기 ‘대리체험’ 열풍
120장 사진-이국의 일상 기록
백민석 작가의 ‘러시아 시민들’
자유로운 여행의 추억 담아낸
김소연 시인 ‘그 좋았던…’ 인기

게티이미지 코리아
게티이미지 코리아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힘들어진 시기지만, 작가들의 여행기가 ‘방구석 여행’ 대리체험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최근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이 응집된 작품으로 유명한 소설가 백민석 씨는 최근 홀로 떠났던 러시아 여행기 ‘러시아의 시민들’을 펴냈다. 블라디보스토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의 여러 도시를 가로지르는 동안 느낀 짧은 단상과 이국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사진 120여 장을 직접 찍어 수록했다.

러시아에 대한 지배적인 이미지는 여전히 냉전시대, KGB(옛 소련 정보기관)나 혁명, 레닌 등이지만 작가가 담백한 말투로 기술하는 여행기 속에는 잘 웃고 친절하며 아기자기한 이웃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차분하면서도 무덤덤하게 이어지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창밖으로 그 풍경을 함께 내다보는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해이수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탑의 시간’(사진)을 펴냈다. 미얀마의 유적지 ‘바간’을 배경으로 네 남녀의 뒤얽힌 기억과 인연을 그려낸 작품. 낡은 게스트하우스나 ‘미얀마 비어’, 님트리와 코코넛 나무, 선착장 옆 사원 등 이국적 풍경의 디테일이 언젠가 떠났던 동남아 여행지를 연상시키며 소설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2000개가 넘는 탑에 각자의 소원을 두고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처럼, 책을 따라가던 독자들 역시 이곳의 방문자가 된다.

김소연 시인의 첫 여행산문집 ‘그 좋았던 시간에’는 코로나19 이전 자유로웠던 여행의 시간을 추억하며 쓴 글을 모았다. 다수의 산문집을 낸 시인이지만 여행산문집은 이번이 처음. 마음을 파고드는 특유의 섬세하고 예리한 글로 지난 여행기와 그것을 회상하며 깨달은 것들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엽서 고르는 데 한나절이나 쓰고 빵과 커피 냄새에 한없이 이끌려 다니는 시간이 여행지에선 가능하다. 낯선 세상으로 가 느리게 머물면서 심장이 뛰며 이끄는 대로 걸어 다니던 시절. 목적한 적 없는 시간이었지만 여행의 묘미가 바로 그 목적 없음이다. 시인은 “돌아와 보니 모든 게 믿기지 않는 이야기”라고 한다. ‘우주를 독식하는 시간’이자 ‘도처에서 새로 태어나는 시간’이었던, 자유롭던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책장 속에서 반추하게 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방구석 여행#백민석 작가#러시아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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