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개사→201개사로…“전자강대국 돼자” 삼성과 똘똘뭉친 40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7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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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원래 채소나 요거트, 우유 등을 보관하는 냉장창고로 시작했어요. 반도체 클린룸은 완전히 문외한에, 지식도 없었습니다.”

41년째 삼성전자의 반도체 클린룸 협력사로 일하고 있는 안윤수 신성이엔지 대표는 “처음에 삼성이 (클린룸 관련) 기술을 국산화하자고 제안했는데, 대체 어떻게 할지 몰랐다. 삼성이 적극 기술 이전을 해줬고,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1991년 필터와 팬이 내장돼 반도체 시설의 클린룸에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는 장비인 ‘팬필터유닛(FFU)’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유 대표는 “그때 회사에 플랫카드를 걸고 난리 났었다. 우리가 FFU를 국산화 했다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일 ‘스타트업과 삼성전자가 함께하는 혁신, 크리에이트 그레이트(Create, Great)’를 주제로 ‘C랩 아웃사이드 데모데이’를 개최했다. ‘C랩 아웃사이드 데모데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1년간 육성한 스타트업의 성과를 알리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장이다. 사진은 C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돼 1년간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대표들. (삼성전자 제공) 2020.12.2/뉴스1
삼성전자는 2일 ‘스타트업과 삼성전자가 함께하는 혁신, 크리에이트 그레이트(Create, Great)’를 주제로 ‘C랩 아웃사이드 데모데이’를 개최했다. ‘C랩 아웃사이드 데모데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1년간 육성한 스타트업의 성과를 알리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장이다. 사진은 C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돼 1년간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대표들. (삼성전자 제공) 2020.12.2/뉴스1


삼성전자 협력사 협의회(협성회) 회장인 김영재 대덕전자 대표는 “초창기엔 기술이 전무한 상태였다. 과연 저런 제품을 우리가 따라갈 수나 있나 했었다”며 “지난 40년 동안 삼성전자 경영층은 ‘함께 가자, 멀리가자, 강대국이 되자, 강한 전자 산업을 만들자’라고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원익IPS는 삼성과 함께 ‘세계 최초’를 쓴 기업이다. 1998년 세계 최초로 원자층증착(Atomic Layer Deposition·ALD) 장비를 양산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반도체 웨이퍼에 원자 단위 얇은 층을 정밀하게 형성하는 핵심 기술이다. 이 회사 이용한 사장은 “1990년대에도 여전히 반도체는 새로 태동하는 산업이었다. 삼성전자 지원이 없으면 안 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29년째 삼성전자에 금형 사출을 만들어 주고 있는 범진아이엔디의 박정길 대표는 “2005년 국내 사업이 안 좋아져 삼성에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거꾸로 신사업에 참여해 달라고 역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딱딱한 과거 TV 디자인과 달리 와인잔을 형상화한 ‘보르도 TV’ 개발 사업이었다. 삼성은 범진에 수백 억 원에 달하는 관련 설비도 무상으로 공급했다. 박 대표는 “보르도 TV는 삼성전자가 14년 연속 TV부문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2020.12.2/뉴스1 © News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2020.12.2/뉴스1 © News1


삼성전자는 이런 협력사들과 함께 반도체, TV, 모바일 세계 1위를 이뤄낸 성장 스토리 영상을 27일 공개했다. 1981년 39개사로 시작한 협성회의 출범 40년을 맞아 ‘최고를 향한 40년 동행’을 주제로 7분 20초 분량 영상에 기업들의 도전사를 담은 것이다.

협성회는 올해 201개사로 급성장했다. 2019년 매출 총합은 약 57조8985억 원, 고용 인원 합은 28만3136명이다. 1991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25배, 고용 인원은 6배 뛰었다. 매출 1조 원이 넘는 기업이 동우화인켐, 에스에프에이, 엠씨넥스, 파트론, 대덕전자 등 9곳에 달한다. 이 중 인쇄회로기판(PCB) 기업 대덕전자는 1980년 매출 88억 원에서 2019년 1조722억 원으로 121배 뛰었다.

2020.12.21/뉴스1 © News1
2020.12.21/뉴스1 © News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삼성전자 50주년 비전으로 ‘동행’을 앞세운 만큼 삼성은 앞으로 맞이하게 될 100년도 동행을 최우선 가치로 삼을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0주년 기념사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영상에서 “협력회사 덕분에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대한민국은 정보통신(IT) 강국이 됐다”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함께 준비해 삼성과 협력사 모두 초일류 100년 기업 될 수 있도록 같이 가자”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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