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찰 문건’ 감찰·수사 전과정 조사…대검 인권정책관실의 반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일 2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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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각각 정부서울청사와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 News
지난 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각각 정부서울청사와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 News


“법무부가 조작한 보고서를 토대로 영장이 발부됐다면 법원을 기망한 것이다.”

대검찰청 인권정책관실이 ‘재판부 사찰 문건’ 관련 법무부 보고서 내용을 수정 지시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에게 ‘직권남용’ 성립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인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검 감찰부에 수사 의뢰한 법무부 실무자와 이 수사의뢰를 근거로 강제수사를 나섰던 대검 감찰부가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 일주일 만에 직권남용 의혹 피조사자 신분이 된 것이다.

대검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직무배제 처분 하루 만인 지난달 25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에 대해 “수사절차에 관한 이의 및 인권침해 주장을 담은 진정서가 제출돼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인권정책관실에 배당했다”고 2일 밝혔다. 수사정보담당관실 관계자는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 권한이 없는 법무부가 압수수색을 직접 지휘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1일 오전 접수했고, 윤 총장이 법원 결정으로 대검에 복귀하기 전인 같은 날 오후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의 지시로 조사가 시작됐다.

수사처럼 강제력은 없지만 조사 대상은 재판부 사찰 문건 관련 감찰 및 수사의뢰 과정 전반이 될 전망이다.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되기 며칠 전 법무부는 윤 총장의 혐의가 적시된 문건을 ‘수사참고자료’ 형식으로 대검 감찰부에 이첩했다. 대검 감찰3과는 지난달 24일 오후 윤 총장 직무정지에 맞춰 영장을 발부받은 뒤 다음 날인 25일 오전 영장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지휘 계통이 아닌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 담당관 등이 압수수색 현장을 지휘한 허정수 감찰3과장에게 전화해 수사상황을 물어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심 국장은 올 2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당시 넘겨받은 재판부 사찰 문건을 추 장관에게 제보한 윤 총장 감찰의 ‘시발점’이었다.

직무배제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 결정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총장직에 복귀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2020.12.2/뉴스1 (서울=뉴스1)
직무배제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 결정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총장직에 복귀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2020.12.2/뉴스1 (서울=뉴스1)


검찰 안팎에서 윤 총장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각각 진행한 법무부 감찰담당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징계사유 또는 강제수사 사안 판단을 어떤 근거로 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돼 재판부 사찰 관련 법리검토를 맡은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는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 “(재판부 사찰 문건이) 죄가 안 된다고 보고했지만 상관인 박 담당관 지시로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고 증언했다. 이 검사는 박 담당관이 지시 자체를 부인하자 “다른 동료 검사들도 ‘죄가 안 된다’고 했는데 박 담당관 혼자만 삭제를 지시했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법무부가 대검 감찰부에 수사 의뢰하는 과정에서 이 보고서는 2차례 수정돼 총 3차 보고서까지 작성됐다. 결국 이 검사의 ‘무죄 취지’ 법리 검토 부분은 최종판에서 빠졌다.

이 검사는 감찰위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지난달 초 다른 사건 참고인으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을 면담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 부장이 입수 경위를 밝히지 않은채 해당 ‘주요 특수·공안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건넸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장은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에 대한 영장청구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 윤 총장을 ‘성명불상자’로 감춰 몰래 입건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대검 인권정책관실 조사 과정에서 위법 혐의가 발견되면 일선 검찰청에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임검사가 수사를 해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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