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무장한 ‘손보’ 웃고… 저금리 타격에 ‘생보’ 울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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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결합 상품 내세운 손보업계… 자산규모 3배 생보업계 턱밑 추격
보험료 수입 격차 2조원대로 줄여
수익악화 외국계 생보는 매각설도

‘디지털 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은 필요할 때마다 보험에 가입하는 ‘스마트ON 레저상해보험’을 선보였다. 수영, 골프, 등산, 낚시, 자전거 등 20여 개 레저나 스포츠 활동을 할 때 하루 단위로 가입할 수 있다. 수영을 하기 전에 보험 앱(APP)의 ‘스위치’를 켜면 해당 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되고 활동이 끝나면 해지되는 식이다. 보험료도 하루 1회 700∼2990원으로 다양하다. 사망이나 상해 등에 최대 1억 원까지 보장해준다.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기는 젊은층을 위한 ‘온 디맨드(on-demand)’ 보험 상품이다.

모바일과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다양한 손해보험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손보업계가 획득한 ‘배타적 사용권’은 총 12건이다. 배타적 사용권은 소비자들에게 유용하고 독창성이 있는 보험 상품에 주어지는 ‘보험업계 특허권’이다. 현대해상은 어린이 보험 상품을 통해 5건을, 캐롯손보는 온디맨드 상품을 내세워 4건의 사용권을 획득했다.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면서 시장도 커지고 있다. 최근 6년간 연평균 1, 2%대 성장에 그친 생보사와 달리 손보사들은 연평균 7.7% 성장했다. 보험료 수입은 자산 규모가 3배 이상인 생명보험업계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생보·손보 업계의 보험료 수입 규모는 각각 26조4456억 원과 23조9262억 원이다. 2015년 1분기 9조5516억 원이었던 격차가 2조5194억 원까지 줄어든 셈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까지 진출하면서 손보업계가 앞으로 3년 내에 생보업계의 보험료 수입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네이버는 최근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손보업계와 손을 잡았다. 카카오도 카카오페이를 통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등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그만큼 생보업계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저(低)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데다 신사업 진출도 더디다. 올 상반기 생보사의 배타적 사용권은 1건에 그쳤다. 메트라이프, ABL생명, AIA생명 등에 이어 라이나생명까지 외국계 생보사들의 매각설이 나오지만,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들마저 생보사 인수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보사들은 신상품 개발을 막는 규제도 문제로 지적한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의료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려고 해도 정부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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