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성지이자 문학적 명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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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가 꽃피는 세상] - 천장사
최인호 ‘길없는 길’ 무대가 된 사찰
회주인 옹산스님 사찰의 역사적 의미 되살리려 노력

충남 서산 천장사와 최인호 소설 ‘길없는 길’의 무대임을 알리는 표지석(아래 작은 사진). 동아일보 DB
충남 서산 천장사와 최인호 소설 ‘길없는 길’의 무대임을 알리는 표지석(아래 작은 사진). 동아일보 DB
충남 서산시 천장사(天藏寺) 가는 길은 예사롭지 않다. 도로에서 많이 들어가지 않는데도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져 깊은 길의 여운을 준다.

633년 백제 시기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사찰은 근현대 불교의 선맥(禪脈)을 잇는 경허(鏡虛·1849∼1912), 만공(滿空·1871∼1946) 선사가 머무르며 도를 깨친 곳으로 유명하다. 사찰 경내에는 경허 선사 열반송이 적힌 기념탑과 만공 선사의 득도를 알리는 비가 있다.

사찰 입구 바위에는 ‘최인호 문학의 금자탑 ‘길없는 길’의 무대-천장암’이라는 표지가 있다. 과거 이곳은 천장암으로 불렸다. ‘이곳 연암산 천장암은 경허 대선사께서 18년간을 주석하신 정신적 도량으로서 그의 수법 제자인 수월, 해월, 만공이 수행했던 곳입니다. 작가 최인호(1946∼2013)는 그 내용을 주제로 한 소설 ‘길없는 길’을 썼고, 이로써 천장암은 한국문학사에 길이 전하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사연이 많은 곳이 천장사다.

수덕사 주지를 지낸 천장사 회주 옹산 스님은 인근 지장암을 복원하는 등 경허-만공 선사의 흔적과 향기를 되살리기 위해 힘써왔다.

최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30일)을 앞두고 천장사에서 만난 스님은 등불을 다는 마음가짐에 대해 “한 개의 등불이 천 년을 밝혀 어둠을 없애고, 하나의 지혜가 만 년의 어리석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스님은 올해 봉축 표어 ‘자비로운 마음이 꽃피는 세상’도 언급했다. “자비는 즐거움과 기쁨을 주고 괴로움을 없앤다. 그런 생각이 있다면 언제나 세상이 봄이다. 아름다운 꽃은 한 주 가기 힘들다. 하지만 영원한 향기의 꽃은 사람 가슴 가슴마다 사랑을 주기 때문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서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자비가꽃피는세상#부처님오신날#옹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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