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 없는 인재는 없다[Monday DBR]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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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 이조판서 등을 지낸 강희맹(1424∼1483)은 조정의 인사(人事) 전문가로서의 경륜을 펼친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요즘으로 말하면 수십 년 공직 생활을 하고 인사혁신처장까지 지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그가 장원급제를 한 1447년(세종 29년) 과거시험 답안에서 적은 인재 관리의 원칙은 오늘날 리더들도 참고할 만하다.

세종은 “인재를 등용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인재를 분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냈다. 그는 특히 어렵게 인재를 발굴하고 등용한 다음에도 인재의 특성들이 너무나 다양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기가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세종은 “인재의 종류는 여러 날을 두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말을 한다고 해도 다 말하기 어렵다”면서 어떻게 하면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인재들을 잘 분별하여 쓸 수 있을지, 그 방안을 물었다.

강희맹은 무엇이라고 답했을까. 그는 “사람은 형상과 모습이 만 가지로 다르고 기호와 욕구가 만 가지로 구별됩니다. 저마다 지혜로움과 어리석음, 현명함과 부족함, 어두움과 밝음, 강함과 약함이 서로 다릅니다. 그러니 이 모든 차이를 바로잡아 인격을 완성시킨 다음에 그 사람을 등용하고자 한다면 설령 요순과 같은 임금이 다시 나타난다고 해도 불가능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흔히 인재를 공들여 뽑고 나서도 임무를 맡길 때 망설이게 되는 지점은 인재가 가진 단점 때문이다. 일은 잘하는데 성격이 안 좋다거나, 이 업무만 잘하고 다른 일에는 소질이 없거나, 정직하고 성실한데 일 처리 능력이 떨어지거나 등등 누구에게나 발견되는 한두 가지 단점들 때문에 리더는 주저한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이 없는 완벽한 인재들로 조직을 이끄는 것은 요순 같은 전설상의 성군들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강희맹은 리더 본인뿐 아니라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구에게나 단점이 있고 부족한 점들이 있다. 만일 인재가 완전하길 바라고 단점이 없길 바란다면 세상에 쓸 수 있는 인재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물론 공동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해악만 끼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주저 없이 내쳐야 한다. 하지만 나라와 백성에게 보탬이 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면 그 장점을 먼저 취해야 한다. 그래야 보다 많은 인재를 활용할 수 있고, 인재들이 가진 역량을 공동체를 위해 투입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점을 외면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강희맹은 “탐욕스러운 사람은 청렴하도록 바로잡아 주고 유순한 사람은 강하도록 바로잡아 줘야 합니다.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사람은 사사로운 지혜를 물리치게 하고, 자기만 옳다고 여기고 자기의 재능만 믿는 사람은 거만한 마음을 꺾어 주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학문을 익히지는 않았으나 마음이 정직한 사람, 우직하지만 아는 것이 부족한 사람, 지조가 있으나 재능이 없는 사람은 단점을 덜어낼 수 있도록 교양을 갖추게 해야 합니다”라고도 했다.

즉, 사람의 장점을 먼저 취하라는 것은 단점으로 인해 그 사람을 사장(死藏)하지 말라는 의미지, 장점만 있으면 상관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 사람의 장점을 취한 뒤에는 반드시 리더가 그 사람의 단점을 보완하고 바로잡아줘야만 인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인재가 공동체와 더불어 상호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강희맹의 생각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든 기업이든 경영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요즘 인재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재는 언제나 있었다. 다만 리더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인재로서 쓰지 못했을 뿐이다. 지금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조직과 리더들은 인재를 탓하기 전에, 자기 입맛에 맞는 인재만 선호하고 있지는 않은지, 인재가 가진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단점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부분부터 스스로 반성해 봐야겠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0년 3월 둘째호(293호)에 게재된 ‘인재는 언제나 있었다. 알아보지 못할 뿐…’을 요약한 것입니다.
 
김준태 성균관대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akademie@skku.edu
#인재#강희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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