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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규제가 있었다면 구글 신화는 불가능했다[동아 시론/조대곤]

조대곤 KAIST 경영대 교수
입력 2019-10-02 03:00업데이트 2019-10-02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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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연관 검색어는 구직 대출 고용장려금
자영업은 폐업률 실업급여 등 부정적 단어
두 키워드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줘
청년들은 지금도 밤새워 가며 청춘을 바쳐
정부는 규제 철폐와 지원에 적극 나서야
조대곤 KAIST 경영대 교수
포털 검색창에 청년(靑年)이라는 단어를 넣으면 연관 단어로 구직활동지원금, 대출, 고용장려금 등이 나온다. 그리고 청년의 사전적 정의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의 사람’을 뜻한다. 유사하게 자영업(自營業)이라는 단어를 넣으니 폐업률, 대출, 실업급여 등이 나온다. 그리고 자영업의 사전적 정의는 말 그대로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사업’이다. 언제부터 두 단어에 부정적 의미가 연결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사는 오늘날 청년과 자영업이란 단어에는 그리 긍정적 느낌이 없다. 이는 한편으로는 두 키워드가 우리가 당면한 사회적 문제임을 암시한다.

그런데 청년, 자영업이라는 사회적 문제 해결의 사명감을 갖고, 시장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내도록 기술과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스타트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측정하기 어려운 청년들의 미래가치와 성실함을 데이터와 정보기술로 평가해 연 5.5%의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개인 간 거래(P2P)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청년 5.5)이 있다. 필자는 이 서비스를 통해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은 대학생에게 작은 금액을 투자했고, 얼마 전 2회 차 정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기존 제도권 금융에서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들은 금융거래 기록이 부족해 대출을 거절당하기 쉽다. 이 스타트업은 기존 업계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생들의 대출 상환 가능성을 보다 세밀히 평가해낸다. 아마도 대부분 투자자들은 참여를 통해 청년들의 꿈을 응원하고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여와 보람을 느낄 것이다.

대상을 자영업자로 바꿔 보면 ‘건실한 상점에 안전한 투자를 연결합니다’라는 모토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또 다른 P2P 기반 스타트업(펀다)이 있다. 한 카드사의 지분투자로 매출기반 데이터 분석과 신용평가를 할 수 있기에 상당히 낮은 투자손실률을 유지하고 여러 안전장치도 확보하고 있다. 역시 투자자는 어느 정도 수익과 함께 최근 더욱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고충을 돕고 이들의 사업 성장에 기여한다는 보람이 있다.

이 사업들이 단시일에 쉽게 자리 잡았을 리 없다. 수많은 불확실성과 위험요인과의 싸움, 규제의 장벽, 투자자들과의 소통과 신뢰 확보를 위한 눈물겨운 노력들이 있었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정부 정책이나 제도가 해결해줘야 할 청년, 자영업과 관련한 사회, 경제적 문제를 당사자들인 청년들이 스스로 경영하는 창업을 통해 해결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적으로 청년 창업가가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성공한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그런 구글이 2019년 9월 27일 창립 21주년을 맞았다. 당시 두 창업자의 나이는 25세, 대학원생이었다. 이들은 참여와 연결에 가중치를 두는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을 실제 웹 환경에서 실행하고자 직접 경영하는 사업을 만들었다. 구글 검색의 핵심 근간이 되는 이 알고리즘이 나온 1998년 논문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인터넷 웹 환경은 완전히 통제되지 않은 다양한 문서나 웹사이트들의 커다란 집합이고, 이 환경이 더 확장될수록 ‘잘 통제된 수집’을 통해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어려워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논의가 다뤄졌다. 이미 오랜 시간 계류 중인 안건이다. 잘 통제된 환경만을 고집하는 규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셈이다. 20년 전과 비교할 때 더 빠르고 크게 확장하는 인터넷 웹과 모바일 앱 생태계를 잘 통제된 수집만으로 규제하기 어렵다. 매일 정보기술(IT) 업계의 새로운 소식을 접하고 연구하고 강의해도 따라가기가 버겁다.

청년과 자영업, 또 다른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밤새워 고민하고 청춘을 바치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전에 적어도 그들이 사업을 영위하는 데 방해되는 규제부터 하나씩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정이지만 잘 통제된 환경만을 고집한 규제가 당시 미국에 있었다면 구글의 혁신을 통한 이용자의 정보 취득의 혜택을 지금 누리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밤낮없이 노력하며 정진하는 청년과 자영업 대표님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10년 후에 청년과 자영업을 검색하면 연관단어로 더 이상 부정적 단어들이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조대곤 KAIST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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