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 발 묶인 고전 번역서… 온라인에선 왜 못 보나

조종엽 기자 입력 2019-08-28 03:00수정 2019-08-28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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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통감’, 퇴계이황 ‘성학십도’ 등 정부가 번역 지원한 고전자료 24%
온라인DB로 구축 안돼 활용 어려워… 중국은 고전 18만여 종 전산화 진행
삼국사기에 누락된 많은 설화와 전설을 수록한 ‘동국통감(東國通鑑·고대부터 고려 말까지의 역사를 1485년 편찬한 사서)’은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교육부 지원을 받아 약 20년 전 국역해 출판했다. 하지만 현재 대학도서관에나 가야 찾아볼 수 있다. 세금을 들여 우리 고전을 번역한 결과물 상당수가 이처럼 온라인 데이터베이스(DB)에서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고전종합DB’에 서지정보가 등록된 고전 번역 자료는 대략 6423책. 이 가운데 정부가 번역예산을 지원한 사실이 확인되는 자료는 약 2772책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약 24.1%에 해당하는 669책은 온라인DB에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고전에서는 ‘책’이 오늘날 ‘권’과 같은 개념이며, ‘권’은 책을 내용으로 구분한 단위다.

이처럼 번역, 출판만 되고 온라인으로는 공개되지 않은 고전으로는 김시습 시문집인 ‘매월당집(梅月堂集)’,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聖學十圖)’, 조선후기 생활사를 보여주는 ‘이재난고(이齋亂藁)’ 등이 있다.

고전번역 관계자는 “정부 예산 지원 여부가 확실치 않은 3600여 책까지 포함하면, 실은 훨씬 더 많은 번역서를 정부 예산으로 번역했는데도 DB서비스는 안 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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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 공개되지 않은 고전을 번역예산 지원 주체별로 나눠 보면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한 번역서가 427책으로 가장 많다. 한국국학진흥원 간행 87책, 교육부 보조금 지원 74책, 한국학중앙연구원 번역 25책 등으로 나타났다.

번역된 고전을 원문과 함께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마련돼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이 운영하는 ‘한국고전종합DB’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뿐 아니라 ‘한국문집총간’ 등의 번역 결과물을 제공한다. 실제 온라인으로 공개된 것으로 분석된 2079책은 포털 지식백과나 한국국학진흥원의 ‘유교넷’ 등에 올라와 있는 일부 자료를 빼면 대부분 이 DB에 있다. 말 그대로 ‘종합DB’여서 고전번역원에 번역 결과물을 보내기만 하면 구축과 공개가 이뤄지는데도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식이 부족하던 1990년대까지야 그렇다 쳐도 인터넷이 대중화된 2000년대 이후 번역 결과물도 온라인으로 공개되지 않는 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번역사업 예산 지원을 신청할 때는 결과물의 DB 구축 계획을 포함시켜 놓고도 이행하지 않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학술지 ‘민족문화’ 최근호에 실린 ‘중국 고적의 개념과 규모’에 따르면 중국 고전의 규모는 대략 18만여 종으로 추산되며 약 17개의 분야별 DB를 통해 대대적으로 전산화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 고전적의 총 규모는 2만9252종으로 추산된다. 고전번역원 관계자는 “번역 결과물을 DB로 구축하면 공개 그 자체로도 대국민 서비스의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자동번역을 위한 코퍼스(corpus·연구를 위한 말뭉치) 구축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고전 번역서#동국통감#퇴계이황 성학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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