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릎꿇린 ‘미사일맨’… 이번엔 中과 무역협상 야전사령관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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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협상 신경전]‘뼛속까지 美우선주의자’ 라이트하이저, 므누신과 임무교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자부심이 대단하고 애국심도 강하다. 어렵고 까다로운 인물이다.”(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71)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노련하고 거친 ‘통상 매파’로 꼽힌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USTR 부대표로 일하며 1985년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하는 일본의 무릎을 꿇린 ‘플라자 합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당시 일본 협상단이 만족스럽지 못한 제안서를 들고 오자, 이 문서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일본 협상단에 날려 보낸 일화도 있다. 이 일로 그는 일본에서 ‘미사일 맨’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뒤 대중 강경파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협상을 주도하게 해 중국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 ‘관세전쟁’ 야전사령관에 협상 맡긴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업무 만찬을 갖고 관세 부과 계획을 보류하고 90일 뒤 협상을 재개하는 ‘조건부 휴전’에 합의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 측에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협상을 이끈다고 깜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라이트하이저 카드’를 밀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라이트하이저 대표에 대해 “기가 막힌 협상가(fabulous negotiator)”라며 “(협상) 이행, 감독, 일정에 대한 책임을 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미중 무역협상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주도했다. 지난해 7월 만족스럽지 못한 철강 협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난 로스 장관이 협상에서 하차하자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글로벌리스트(세계화주의자)’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이 들고 온 합의안에 퇴짜를 놓고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주장대로 ‘관세 폭탄’을 떨어뜨렸다.

○ 중국 의무 이행 요구하는 협상 공세 나설 듯

일본, 중국산에 피해를 입은 이리호의 항구도시인 애슈터뷸라에서 나고 자란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뼛속까지 ‘미국 우선주의자’다. 철강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통상 변호사로 일하면서 20년 이상 ‘중국 저격수’로 활동했다. 1997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반대하는 신문 칼럼을 썼고, 2000년 초에는 “중국의 WTO 규정 위반에 소송을 제기하고 USTR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측은 당초 이달 류허(劉鶴) 부총리가 30명으로 구성된 협상단을 이끌고 워싱턴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총지휘 아래 ‘협상의 정수는 레버리지(지렛대)’라고 믿는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90일 뒤 관세 폭탄’이란 무기로 중국의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마이클 필스버리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가 원하는) 비공식 협상이 아닌 중국에 일련의 조치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는 문서에 서명하는 식의 USTR가 원하는 법적 협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조건부 휴전’ 소식에 상승세를 타다가 상승폭이 줄며 1.1% 오르는 데 그쳤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G20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시 주석이 이례적으로 직접 현안을 설명했다”며 “류허 부총리는 관세, 비관세 장벽, 구조적 이슈 등 중국의 변화가 즉각(immediately) 시작될 것이라고 수차례 말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라이트하이저#중국 무역협상 야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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