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서 사랑도 가득 채우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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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기업인]대양석유 조영문 회장

SK에너지 석유유통 협력사인 대양석유가 운영하는 경기 화성시 동탄의 드림주유소에 설치된 장난감 수거함을 고객이 살펴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에너지 석유유통 협력사인 대양석유가 운영하는 경기 화성시 동탄의 드림주유소에 설치된 장난감 수거함을 고객이 살펴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대양석유가 운영하고 있는 SK에너지 주유소에는 지난달 1일부터 장난감 수거함이 설치됐다. 울산 지역주유소 두 곳과 경기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드림주유소 등 총 세 곳이다. 주유소 방문객들이 수거함에 넣은 헌 장난감을 대양석유가 사회적 기업인 ‘키니스 장난감 병원’으로 보낸다. 키니스 장난감 병원에서 ‘세차’를 거친 장난감은 지역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전달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처치 곤란이던 장난감을 기부할 수 있고, 장난감을 살 여력이 안 되는 가정의 아이들은 새것처럼 수리된 장난감을 받는다. 중고 장난감을 모을 방법이 없던 키니스 장난감 병원은 대양석유의 프로그램에 동참하며 마음껏 재능기부도 할 수 있게 됐다. 대양석유의 주유소가 기부자와 수혜자, 사회적 기업을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주유소를 ‘기부의 장’으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는 조영문 대양석유 회장(72·사진)이 직접 냈다. 대양석유는 SK에너지의 석유유통 협력사로, 전국에 직영주유소 20곳, 임차주유소 17곳 등 총 37곳을 운영하고 있다. 20일 울산 북구의 대양석유 본사에서 만난 조 회장은 “SK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는 정책에 맞춰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온 협력사로서 힘을 보탤 부분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장난감은 아이들이 금방 싫증을 느껴 집에 방치되거나 폐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 회장이 직접 기부 품목으로 정했다. SK에너지는 올해 6월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C2C(Customer to Customer) 택배 집하 서비스 ‘홈픽’을 시작하며 주유소 네트워크의 새로운 가치 창출에 나서고 있다.

조 회장은 “장난감 수거함을 설치할 때만 해도 사람들의 큰 호응을 기대하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일반적으로 주유소는 ‘차에 기름 넣는 곳’일 뿐, 기부가 일어나는 공간이라는 개념은 없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시행 20일 동안 울산 1개 주유소에 설치된 1.2m 높이의 장난감 수거함 두 개가 꽉 찼다. 조 회장이 더 놀랐던 건 사람들의 ‘자발성’이었다. “보따리에 장난감을 가득 담아 와서 기부하는 사람도 있었다. 장난감을 기부하면 세차 할인 쿠폰을 주는데 그것도 마다하고 기부만 하고 가기도 하더라”며 “작은 선행이라도 직접 실천하는데서 사람들이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첫술을 뜨는 게 가장 힘든 법”이라는 조 회장은 대양석유가 운영하는 다른 주유소로도 이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기부 품목도 헌 장난감뿐만 아니라 헌옷, 헌책 등으로 다양화할 생각이다. 소외계층 아동들의 교육과 복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품목을 집중적으로 구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유소에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안전상 문제로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도 관심을 보이는 주유소들도 생겨나고 있다. 조 회장은 “작은 선행에서 오는 큰 행복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좋겠다”며 “주택가 인근이나,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 주유소 등 고객 접근성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대양석유#주유소#장난감 수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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