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혼인전문 부산가정성당… 혼인미사 1호는 보육원 출신 커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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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의 고딕양식 4층 건물… 200여석 규모 작지만 아름다워
형편 어려운 신자 위해 실비 운영

부산가정성당 송현 신부는 “혼인은 행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부산가정성당 송현 신부는 “혼인은 행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이달 1일 국내 첫 혼인 전문 성당인 부산가정성당에서 혼인미사가 열렸다. 한국과 필리핀에서 활동하며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알로이시오 슈워츠 신부(1930∼1992)가 세운 알로이시오고교 졸업생이 1호 커플이었다. 학생 수가 줄어 올해 3월 폐교한 이 학교는 1976년 개교 이후 보육원 출신 아이들의 등불이었다. 이날 미사는 최근 부산교구장 서리로 임명된 손삼석 주교가 주례를 맡았다. 성당에서는 어렵게 혼인을 준비한 이들의 여건을 고려해 혼인미사와 피로연 등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지원했다.

최근 찾은 이 성당은 부산 동구 초량역 부근에 있다. 건물 면적 3159m²에 지하 2층, 지상 4층의 고딕건축 양식에 붉은 벽돌이 조화를 이뤘다. 혼인미사가 진행되는 성전은 200여 석 규모로 작지만 아름답다. 스테인드글라스와 결혼의 의미를 밝히는 상징들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초대 주임신부이자 교구 가정사목국장인 송현 신부(49)는 “교구 내 124개 본당에 모두 알려 사연이 있는 분들을 추천받았다”라며 “119년 전 이곳에서 하느님 복음이 부산에서 처음으로 뿌려져 풍성한 결실로 이어졌듯이 두 분의 혼인도 큰 축복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다른 지역 신자도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신랑과 신부 중 한 명만 신자라도 혼인미사가 가능하다. 혼인미사는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4차례 진행된다. 공간 임차 비용 70만 원을 비롯해 사진 촬영 100만 원, 피로연 뷔페는 1인당 2만7500∼3만8500원 선이다.

송 신부는 “혼인미사는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한 전례의 하나임에도 공간적 제약 때문에 신자들의 어려움이 많았다”며 “돈이 없어 성당에서 결혼식을 못 하겠다는 말이 안 나오도록 가급적 저렴하게 운영하자는 게 교구의 뜻”이라고 밝혔다.

이 성당은 혼인미사와 함께 가정사목의 중요한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 신부는 “이 시대가 가정에 대한 요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정 해체와 같은 어려움이 심각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전임 교구장 황철수 주교가 봉헌식, 신임 손 주교가 첫 혼인미사의 주례를 맡은 것만 봐도 이 성당에 거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부산가정성당은 주중에는 교구 신자와 일반인을 위한 강연회 등 문화 행사와 가정과 관련된 각종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송 신부는 “결혼식은 물론이고 가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고민과 해결책 마련을 위한 상담과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부산가정성당#혼인미사#송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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