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옥타곤서 증명하겠다… ‘코리안 좀비’ 살아있음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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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11월 11일 미국서 UFC 전 챔프 에드거와 메인경기

11월 11일 프랭키 에드거와 UFC 페더급 대결을 앞둔 정찬성이 13일 서울 강남구 코리안좀비MMA 체육관에서 ‘플라잉 니킥’(뛰어올라 무릎으로 상대를 가격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부상 후 하체 훈련에 집중해 왔다는 정찬성은 “중학생 수준이던 하체 근력이 축구 선수같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1월 11일 프랭키 에드거와 UFC 페더급 대결을 앞둔 정찬성이 13일 서울 강남구 코리안좀비MMA 체육관에서 ‘플라잉 니킥’(뛰어올라 무릎으로 상대를 가격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부상 후 하체 훈련에 집중해 왔다는 정찬성은 “중학생 수준이던 하체 근력이 축구 선수같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부상 전에) 중학생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축구 선수 이상이라고 해요(웃음).”

11월 11일(한국 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UFC 파이프나이트 139’에서 전 라이트급 챔피언 프랭키 에드거(37·미국·페더급 3위)와의 메인 경기를 앞둔 ‘코리안 좀비’ 정찬성(31·10위)에게 13일 몸 상태를 묻자 “아주 좋다”며 퍼런 힘줄이 몇 갈래 솟아있는 자신의 허벅지를 가리켰다. 지난해 6월 당시 페더급 3위 리카르도 라마스(36·미국)와의 대결을 앞두고 훈련하던 중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란 불의의 부상을 입은 그다. 1년이 넘는 동안 약점을 강점으로 탈바꿈한 정찬성은 “경기 준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종합격투기의 빅리그 격인 UFC에 진출해 한국인 격투기 선수 중 역대 최고인 세계 3위(페더급)까지 오른 정찬성은 2013년까지 승승장구했다. 데뷔 시즌인 2011년 마크 호미닉(36·캐나다)과의 경기에서는 경기 시작 7초 만에 상대를 쓰러뜨려 승리를 거두는 ‘7초 드라마’도 연출했다. 특유의 맷집을 바탕으로 상대의 타격에 피투성이가 돼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명승부를 선보여 온 정찬성에 대해 해외의 많은 팬은 “코리안 좀비”라고 부르며 열광했다.

2013년 8월 ‘챔피언’ 조제 알도(조제 아우두·32)와의 경기는 백미였다. 4라운드까지 팽팽하게 알도와 맞선 정찬성은 오른쪽 어깨가 탈골되는 부상을 입었지만 스스로 어깨를 맞추고 경기에 임했다. 부상으로 정찬성은 결국 TKO패를 당했지만 알도는 이후 인터뷰에서 정찬성에 대해 “포기를 모르는 전사 같았다”고 회상하며 극찬했다.

“‘수명이 깎인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경기 전 체중 감량 등 혹독한 훈련을 선수들이 견뎌내요. 그래서 경기 중 뼈가 부러져도 싸우는 선수도 있죠. 당연히 저도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때 부상을 안 당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아주 가끔 들긴 해요.”

코리안 좀비의 명성을 재확인한 명승부였지만 부상의 여파는 예상보다 컸다. 복귀를 준비하던 중 부상이 재발하고 군 입대 등이 겹치며 3년 6개월 만인 지난해 2월에야 ‘옥타곤’에 오를 수 있었다.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타이틀 도전을 위한 여정에 나섰지만 이번엔 무릎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조금씩 잊혀지던 중 ‘피 끓던 20대’에서 서른이 됐다.

“20대 때는 회복도 빨라 몸을 굳이 챙기지 않았는데, 이젠 회복도 조금씩 더뎌지네요(웃음). 스스로 이것저것 잘 챙겨 먹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한 뒤엔 회복에 집중합니다.”

부상으로 최근 경기 수가 적고 나이도 든 정찬성이 전 라이트급 챔피언 출신과 일전을 앞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정찬성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층 성장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공백기 동안 신체도 한층 단련됐고 가정도 생겼다. 다둥이(3자녀) 아빠로 어깨도 적잖이 무거워졌다.

“이제는 경기에 임하는 각오가 ‘가족을 위해서’예요. ‘한물갔다’는 소리 듣는 건 아직이죠. 제가 성적으로 증명해야 할 부분입니다.”

최근 가수 박재범(31)이 대표로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소속을 옮기는 등 변화를 꾀한 그에게 목표를 새삼 물었다. 예능 등 방송 출연 후 경기 출전 수가 줄어든 선수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정찬성으로부터 “챔피언”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번 경기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섯 살 된 첫째가 TV에서 격투기 선수들을 보면 ‘아빠’라 하고 제가 하는 일을 슬슬 알아봐요(웃음). 이름보다 마음에 드는 코리안 좀비란 별명뿐만 아니라 ‘종합격투기 역사에 남는 파이터’ ‘UFC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기를 하는 선수’ 등 선수 정찬성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정찬성은 다시 훈련장으로 발길을 돌린 뒤 글러브를 골랐다. 수줍게 웃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전투’를 앞둔 파이터의 눈빛만 반짝이고 있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정찬성#ufc 파이프나이트 139#코리안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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