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폭발위험물 허가없이 운송한 제주항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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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배터리 장착된 시계-전자제품, 홍콩∼인천 등 노선서 20차례 운반
국토부, 과징금 90억원 부과… 사측 “장착사실 몰라” 이의신청 방침

제주항공이 폭발 위험이 있는 리튬배터리 장착 제품을 허가 없이 비행기로 실어 나르다 적발돼 90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됐다. 제주항공의 2분기(4∼6월) 영업이익(116억 원)에 근접하는 액수여서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4월 말 홍콩발 인천행 제주항공 국제화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리튬배터리가 장착된 전자기기 등이 운송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 후 국토부는 제주항공의 국제화물 목록을 조사했고, 제주항공이 올해 1∼5월 동안 총 20차례에 걸쳐 리튬배터리가 장착된 시계와 전자기기 등을 실어 나른 사실을 파악했다. 해당 화물 포장에는 ‘리튬배터리가 들어 있다’는 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배터리는 압력이나 충격으로 인한 폭발 가능성이 있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위험물로 지정한 화물이다. 2010년 9월 3일엔 두바이 상공을 날던 미국 UPS 화물기가 리튬배터리를 담은 수화물에서 불이 나면서 추락해 조종사들이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리튬배터리를 운송하려면 위험물 운송면허를 획득하고, 국토부에 사전 신고해 운송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위험물 운송면허가 없을 뿐 아니라 운송 허가도 받지 않았다.

위험물을 허가 없이 운송한 것은 운항 정지까지 당할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과징금만 부과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화물기를 따로 운영하지 않고 여객기의 화물칸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고 있기 때문에, 운항 정지를 시킬 경우 여객 운송이 마비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국토부는 과징금도 줄여줬다. 과징금 규정에 따르면 위험물을 허가 없이 국제 화물로 운송했을 경우 1회당 최대 9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20차례 위험물을 운반한 제주항공은 최대 180억 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제주항공 측은 국토부에 ‘해외 현지 직원이 관련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고, 문제가 된 제품 안에 리튬배터리가 들어 있는지 몰랐다’는 취지로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내부 심의와 법률 자문 등을 거쳐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과징금 액수를 최대액 대비 2분의 1로 줄여줬다.

과징금 90억 원은 지금까지 항공사에 부과된 과징금 중 최고 금액이다. 제주항공이 2분기에 달성한 영업이익 116억 원의 약 80%에 해당한다. 제주항공은 이의신청을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제주항공#폭발위험물#리튬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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