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맞으며 가슴에 묻은 5인… 세월호 희생자 마지막 영결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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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 끝으로 304명 모두 안치
단원고 교사-학생 2명 눈물의 배웅… 학교-침몰해역 흙, 유품과 안장
권재근씨 부자 인천가족공원 영면

20일 오전 7시. 교사 양승진 씨, 학생 박영인 남현철 군의 영정 사진을 든 유족이 경기 안산시 단원고에 도착했다. 이들은 영정 사진을 들고 양 씨가 근무하던 2층 교무실을 지나 두 학생이 공부하던 3층 2학년 6반 교실을 천천히 돌았다. 유족들은 고인들의 흔적을 더듬었다. 양 씨 부인 유백형 씨는 교무실 의자를 어루만지며 “아이들을 너무 좋아했다…”며 흐느꼈다.

발인은 앞서 오전 6시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새벽부터 빈소에는 유족, 고인의 제자, 지인 등 100여 명이 모였다. 단원고로 가는 길 경기도교육청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 입구에는 ‘우리가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전광판 문구가 빛났다.

교무실과 교실을 돌고 영정 사진들이 1층 현관 앞으로 오자 정광윤 교장이 맞이했다. 정 교장은 학교 운동장 흙을 담은 주먹만 한 흰색 꾸러미를 1개씩 유족들에게 건넸다. 고인의 유품 등을 담는 납골함에 이 흙을 넣겠다고 유족들이 요청했다고 한다. 납골함에는 세월호가 가라앉았던 전남 진도 맹골수도 펄도 들어간다.

유족들은 끝내 오열했다. 양 씨 모친 남상옥 씨(83)는 영정 사진을 부둥켜안고 5분 넘게 오열했다. 남 씨는 소리쳤다. “엄마 가슴에 피가 내린다. 아들아, 다시 만날 그날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라.” ‘아들아’라는 한마디에 두 학생 부모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뒤따르던 사람들까지 눈시울을 붉히며 금세 눈물바다가 됐다.

경기 수원시의 화장장에 도착한 남 군의 부모 남경원, 박상미 씨는 운구차에서 남 군의 관을 보다 걸음을 떼지 못하고 주저앉아 소리 내어 울었다. 시신 대신 유품을 담은 이들의 관은 화장하는 데 1시간 반가량 걸렸다. 박 군의 모친 김선화 씨는 아들의 유품 등이 담긴 납골함을 보며 “내 아들을 찾아 달라. 믿기지 않는다”며 오열했다. 경기 평택시 서호추모공원에 도착한 유족들은 납골함을 얼굴처럼 쓰다듬으며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이곳에는 세월호 참사에서 숨진 다른 단원고 희생자들이 묻혀 있다.

비슷한 시간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는 고 권재근, 부인 한윤지 씨와 아들 혁규 군의 납골함이 나란히 안치됐다. 한 씨의 시신은 세월호 참사 이후 얼마 안 돼 수습됐다. 이들 가족의 홀로 남은 딸 권모 양(8)도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한참을 영정 사진 속 아빠, 엄마, 오빠를 바라봤다. 납골함이 안치되고 나서 권 양은 친척들과 함께 절을 올렸다.

이날 세월호 미수습자 5인의 장례가 끝나면서 세월호 희생자 304명 전원의 장례가 마무리됐다. 세월호 참사 1314일 만이다. 장례는 끝났지만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과 추모공원 건립 문제 등이 남아 있다. 세월호 관련 단체인 4·16가족협의회 관계자는 “희생자들의 뜻을 기리며 남은 활동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평택=김배중 wanted@donga.com / 인천=최지선 기자
#세월호#미수습자#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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