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 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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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프로야구 평균 도루 역대 최소
성공확률 높지 않아 득점엔 손해… 시도율 2015년 8.1%→올해 5.8%
타고투저-선수보호 추세도 원인

‘야구란 무엇인가’의 저자 레너드 코페트는 야구에서 가장 직감이 필요한 기술로 ‘베이스러닝(주루 플레이)’을 꼽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올 시즌 야구팬들이 그라운드 위의 감각적인 플레이를 즐길 기회는 점차 축소되고 있다. 베이스러닝의 대표 기술인 도루가 줄고 있다.

18일 현재 올 시즌 경기당 평균 도루(팀 기준)는 0.55개로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가장 적다. 지난 시즌(0.73개)과 비교해도 25% 가까이 줄었다. 도루 감소 현상은 비단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경기당 도루는 0.53개로 5년 전인 2012년(0.66개)과 비교했을 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도루 감소 현상의 원인은 효용가치가 작다는 판단 때문이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가 발달하면서 아웃이라는 위험 요소에 노출되면서까지 도루를 할 바엔 하지 않는 편이 득점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인 ‘스포츠 온 어스’ 또한 지난해 도루 감소의 제1 배경으로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KBO리그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분석한 상황별 기대득점(1982∼2011시즌)에 따르면 무사 1루에서 도루를 성공해 무사 2루가 될 경우 기대득점은 0.868에서 1.161로 높아지지만 도루를 실패해 1사에 주자가 없는 상황이 되면 0.275로 크게 낮아진다. 확률에 따른 득실을 따지면 도루 성공 확률이 실패의 2배는 돼야 득점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인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서는 이 같은 상황별 기대득점을 복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통상 도루 성공률이 75%를 넘어야 손익분기점을 넘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2009시즌 나온 KBO리그 최고 성공률 기록(72.6%)보다 높은 숫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루시도율 자체도 2015시즌 8.1%에서 올 시즌 5.8%로 꾸준히 줄고 있다.

물론 실패에 대한 두려움만이 원인은 아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타고투저’ 현상 또한 영향을 주고 있다. 굳이 도루를 하지 않더라도 후속 타자의 안타로 득점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도루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역 시절 네 차례 도루왕을 차지했던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일본 라쿠텐에서 최근 (작전 구사 능력보다) 장타력이 뛰어난 외국인 타자(카를로스 페게로)를 2번 타순에 배치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홈런의 증가 또한 비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시즌을 비롯해 경기당 도루 수가 가장 적었던 5시즌은 모두 비교적 ‘홈런 풍년’에 속했던 해다. 현재 팀 홈런 1위인 SK가 가장 적은 팀 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것 또한 방망이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형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리면서 선수들이 부상 가능성이 있는 도루를 보다 조심스러워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그 경기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구단 차원에서도 선수에게 무리한 주루 플레이를 주문하기보다는 부상 예방 및 체력 안배를 통해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KBO리그 통산 도루 1위(550개)인 전준호 NC 작전·주루코치는 “30도루는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선수가 현재 15∼20개의 도루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장타력이 각광받고 있지만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서 한 점 차 승부를 가르는 것이 바로 도루다. 야구인으로서 야구팬들에게 보다 다채로운 야구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오승은 인턴기자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야구#도루#타고투저#베이스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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