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日帝군수물자 보관 동굴, 관광 상품 재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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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강제 동원해 바위에 판 동굴, 사고-우범지대 우려로 2000년 폐쇄
28일 준공과 동시에 일반인에 공개… 미러동굴-동물모형 조명 등 볼거리

울산 남구가 150억 원을 투입해 관광지로 새 단장을 한 동굴피아 내부 모습. 이 동굴은 일제가 군수물자 보관용으로 남산 바위 절벽을 파내 만들었다. 울산 남구 제공
울산 남구가 150억 원을 투입해 관광지로 새 단장을 한 동굴피아 내부 모습. 이 동굴은 일제가 군수물자 보관용으로 남산 바위 절벽을 파내 만들었다. 울산 남구 제공
일제강점기 군수물자 보관용으로 만든 바위동굴이 관광 상품으로 재탄생했다.

울산 도심 남산의 정상인 은월봉은 해발 121m에 불과한 야산이다. 주위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병풍처럼 들어서 시민들이 많이 찾는 도심 속 자연휴식처이기도 하다.

이곳에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울산시민은 많지 않다. 남구 신정동 크로바아파트와 태화강 전망대 사이에 있는 남산 바위절벽의 동굴이 그 ‘흔적’이다. 일제는 한국인을 강제 동원해 바위절벽에 동굴을 판 뒤 군수물자를 보관했다.

현재 남은 동굴은 모두 4개, 길이는 16∼62m다. 출입구가 태화강과 접하는 곳에 있어 1945년 8·15 광복 이후에는 피서지나 음식물 보관 장소로 사용됐다. 바위동굴에서 나오는 찬 바람이 천연 에어컨이나 냉장고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안전사고와 우범지대 우려가 있어 2000년 폐쇄됐다.

바로 이 동굴들이 관광 상품으로 탈바꿈했다.

울산 남구청은 2015년 8월부터 150억 원을 들인 ‘태화강 동굴피아 조성사업’을 마무리하고 28일 개방한다. 동굴 안에서 산책할 수 있도록 정비했다.

길이 60m의 제1동굴은 일제강점기 울산의 생활상과 강제노역, 수탈의 역사가 담긴 삼산비행장 그리고 남산동굴을 재현했다. 다양한 조명도 설치했다. 길이 42m의 제2동굴은 각종 모험을 체험할 수 있는 ‘동굴 어드벤처’를 주제로 개발했다. ‘동굴 스케치 아쿠아리움’을 주제로 한 길이 62m의 제3동굴은 미러 동굴, 동물모형 조명, 전설의 고래 출현지를 만들고 다채로운 조명을 쏴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길이 16m의 제4동굴은 계절별로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공간으로 꾸몄다. 봄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활용해 꽃밭으로, 여름에는 등골이 오싹한 ‘귀신의 집’으로 바뀐다. 가을에는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는 아트갤러리로, 겨울에는 빛과 얼음의 겨울왕국으로 변신한다.

동굴 3개를 연결하는 지하광장에서는 지하통로를 통해 태화강 산책로까지 갈 수 있다. 동굴 앞에는 주차장과 카페, 다목적 공간이 들어선다.

울산 토박이 이모 씨(75·남구 신정동)는 “아버지로부터 일본 경찰에 끌려가 곡괭이와 삽으로 절벽을 파내 동굴을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일제 수탈의 역사가 남아 있는 남산 동굴이 역사의 산교육장으로 쓰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 남구청 관계자는 “태화강 동굴피아가 개장하면 태화강의 전망대, 나룻배, 십리대밭과 삼호 철새공원을 아우르는 명품 관광코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 바위동굴#일제강점기 군수물자 보관 동굴#은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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