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님, 어린이 ‘재활 난민’ 구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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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1급 중증 장애 앓는 김건우군, 靑에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소망 편지… 文대통령 후보 때 “건립 노력” 약속
전국 장애 아동 20만 명인데 한국은 단 1곳뿐… 일본은 200곳

19일 토닥토닥 회원들이 청와대 앞 광장에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요구하는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토닥토닥 제공
19일 토닥토닥 회원들이 청와대 앞 광장에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요구하는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토닥토닥 제공
“문재인 대통령님! 건우가 청와대에 왔습니다.”

뇌병변 1급의 중증 장애를 앓는 대전의 김건우 군(10). 건우는 19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광장을 방문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의 필요성을 담은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 병원의 건립 운동을 펼치는 사단법인 ‘토닥토닥’이 동행했다. 이날은 마침 문재인 정부의 국정 100대 과제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 청와대 찾은 건우의 소망

건우의 가슴은 ‘과연 이번에는 중증 장애아동들을 위한 재활병원이 설 수 있을까’ 하는 설렘과 부푼 꿈으로 가득 찼다. 건우의 청와대행은 답례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전의 건우를 두 번이나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건우의 손을 잡고 머리에 기적의 새싹 핀을 꽂아주었다. 그리고 다정히 이름을 부르면서 약속했다. “건우의 소망대로 공공어린이 재활병원이 꼭 건립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이다.

이날 동행한 건우의 아버지인 김동석 토닥토닥 이사장은 “지난 절망의 시간들을 뒤로하고 재활의 희망으로 이 자리에 섰다. 병원이 없어 ‘재활 난민’ 처지인 건우는 대통령님의 약속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전달된 편지에는 건우를 통해 본 중증 장애인들의 고통스럽고 소외받은 삶이 담겨 있다. ‘그동안 사회는 건우에게 치료의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습니다. 치료비도 모자란데 치료시설조차 없어 9년간 병상을 찾아 떠돌아야 했습니다. 의무교육에서도 소외돼야 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달린 4년 동안 국민들이 동참한 가운데 기적의 마라톤과 새싹캠페인이 열렸고 YB밴드의 윤도현 씨가 캠페인 홍보대사에 응해줄 만큼 국민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며 “이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의무에서 장애아동을 늘 예외로 취급했던 정부가 응답해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 의료계도 “어린이 재활병원 시급”

토닥토닥은 청와대를 찾아가기까지 많은 준비를 했다. 13일 ‘건우야 이런 병원 어때?’라는 주제로 대전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디자인 토론회를 열었다. 장애아동 가족, 의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교수 등이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과 운영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토닥토닥에 따르면 일본에 200여 개가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이 한국에는 단 1개뿐이다. 토닥토닥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10대 미만의 경우 일반 아동보다 장애아동의 사망률이 37.9%나 더 높은데 이는 재활병원이 턱없이 부족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활병원 건립에 대해서는 의료계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는 13일 성명서를 통해 “전국적으로 지속적인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장애아동수는 20만 명에 이르는데 소아 재활치료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여기에다 일반 병원은 의료 수가가 비현실적인 데다 소아 치료실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소아 재활치료를 기피하기 때문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조속한 건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어린이재활병원#문재인#청와대#재활병원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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