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의사 ‘왓슨’에게 물어볼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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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병원 진료현장 르포

17일 대구가톨릭대병원 암센터 진료실에서 의료진이 인공지능 의사 왓슨과 함께 대장암 수술 환자의 추가 치료법을 논의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17일 대구가톨릭대병원 암센터 진료실에서 의료진이 인공지능 의사 왓슨과 함께 대장암 수술 환자의 추가 치료법을 논의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대구가톨릭대병원이 도입한 ‘인공지능(AI) 의사 왓슨’이 진료를 시작했다. ‘인간’ 의사와 의견이 엇갈리면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최상의 치료법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병원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대구가톨릭대병원 AI 암센터 진료실. 55인치 모니터에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한 홍모 씨(49)의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이 나왔다. 외과와 병리과, 혈액종양내과, 핵의학과,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7명과 코디네이터(상담원) 간호사 1명이 추가 치료법 논의를 시작했다.

환자 홍 씨는 2월에 수술을 받았다. 종양이 대장을 뚫고 직장으로 전이됐다. 다학제 치료팀은 수술이 성공적이지만 암세포가 다시 자랄 수 있는 단계라고 판단해 6개월간 항암치료가 필요하다는 공통 의견을 냈다. 이어 주치의 김대동 외과 교수가 “AI 의사 왓슨의 생각도 확인해 보자”라고 말했다. 홍 씨의 나이와 체중, 중증도, 진료기록 같은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마우스 버튼을 눌렀다.

왓슨은 2초가량 지난 뒤 항암요법 3가지 및 고려할 수 있는 치료법 6가지, 추천하지 않는 치료법 14가지를 화면에 띄웠다. 생존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치료법은 녹색, 그 다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노란색, 추천하지 않는 것은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항암요법은 의료진과 왓슨의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암 생성을 미리 예측해 투입하는 표적치료제 사용 여부는 생각이 달랐다. 해당 환자가 예전에 류머티즘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상처 회복에 영향을 주는 치료제의 장단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최종 결정을 듣고 다시 논의키로 했다. 홍 씨는 “왓슨 덕분에 더 나은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내 몸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왓슨이 진단한 환자 3명 가운데 2명은 의료진이 제안한 치료법과 일치했다.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소식에 왓슨의 진료를 받고 싶다는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평일 하루 3명까지만 예약을 받고 있는데 다음 주까지 마감됐다.

병원 측은 왓슨에 더해 암 장기이식센터 같은 의료 기반시설과 최신 의료장비를 활용해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먼저 적용할 폐암과 유방암 위암 대장암 직장암 자궁경부암 치료 성과에 따라 분야를 확대한다.

권오춘 병원장은 “왓슨은 암 치료의 세계적인 표준을 지역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며 “의료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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