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한반도 방어’ 약속한 트럼프, 무역에서 청구서 내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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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펜스 美부통령 “한미 FTA 손볼 것”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환영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환영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짜 안보는 없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국을 떠나기 전 남긴 발언을 두고 외교 및 통상 전문가들은 이런 해석을 내놨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 일정 마지막 날인 1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연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선(reform)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review)하겠다”고 천명한 적은 있지만 최고위 인사가 한국을 방문해 직접 개정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한미동맹 재확인 하루 만에?

펜스 부통령이 전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에 대해 ‘강철 같고 변하지 않을 것’ ‘미국은 한국 편에 100% 설 것’이라고 밝힌 뒤 하루 만에 한미 FTA 개정을 피력한 것은 트럼프식 한미동맹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핵 위협을 막아주는 대가로 무역 역조를 해소하기 위해 한미 FTA를 개정하자는 ‘안보 청구서’를 들이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으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북핵 이슈 대처를 지렛대 삼아 미국의 무역수지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는 한미 FTA를 언젠가는 뜯어고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무역통상 정책은 안보와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중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와 협력하는데 왜 내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부르겠느냐”는 글을 남겼다. 중국은 안보 협력의 대가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다. 펜스 부통령의 이번 발언이 “무역통상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라”는 ‘무언의 너지(Nudge·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로 해석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엔 한미 FTA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 왔지만 지난해 대선 기간에 한미 FTA의 개정 및 재협상 가능성을 수차례 시사했다.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거나 “미국 산업에 재앙”이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중단 및 탈퇴를 선언하면서 다음 타깃은 한미 FTA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 개정이냐 개선이냐… 의견 분분

정부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부통령이 연설문에서 쓴 ‘work toward’ ‘days ahead’ 같은 표현들을 보면 당장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 당국자도 “강경한 재협상이나 전면 수정 입장을 내비친 것도 아니고, 시기나 구체적인 계획을 정하지도 않아 크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미국이 안보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했다는 해석은 지나치다”며 “부통령이 언급한 ‘reform’은 ‘개정’이 아닌 ‘개선’의 의미로 분석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정혜선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원은 “당장 재협상할 생각이 있었다면 ‘renegotiation’이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펜스 부통령의 발언이 철저히 계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에 밝은 한 당국자는 “보통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개선을 언급할 때 ‘review and revise’라고 말하지 사전적 의미로 개혁을 뜻하는 ‘reform’은 잘 쓰지 않는 표현”이라며 “크게 손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정부 간 공식석상에서 나온 이야기는 아니지만 상대국에 주재하는 미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연설이라면 작심하고 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고도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모든 가능성을 열고 미국 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철 대외경제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정부가 한미 FTA의 성과를 미국과 공유하고 비관세 장벽 등 FTA 이행 문제에 대한 해소 방안을 찾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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