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모래밭에 레드라인 안 긋는다” 공허한 대북경고 대신 ‘패 감추기 전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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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트럼프 ‘전략적 모호성’ 본격 구사
트럼프, 대북 군사조치 여부 묻자 “내가 뭘 할지 알리지 않을것”
기습 가능성 열어둬 北-中 압박… 訪日 펜스 “평화는 힘에 의해 달성”
北 한성렬 “핵 선제공격으로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군사 조치 가능성과 관련해 ‘기습’과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전술을 본격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17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지켜보자. 나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내 조치들을 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을 한반도 인근으로 이동시키는 등 군사력을 평양에 정조준하면서도 군사행동의 시점과 조건,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당분간 함구하겠다는 것이다.

이틀 전만 해도 트위터에 “우리 무력은 증강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급격히 강해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북한에 군사적 경고 메시지를 날린 트럼프가 대북 군사 조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겠다고 한 것은 대북, 대중 압박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북한과의 군사적, 외교적 기 싸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인 군사 조치에 대해선 자신의 패를 보여 주지 않은 채 상대방을 압박하겠다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기간에도 이슬람국가(IS) 격퇴전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미리 공격하겠다고 공언하면 지도부들이 다 숨어서 군사 조치의 효과가 없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 시절 몇 년간 (지금과는) 다른 일들을 봤다. (미국이) 북한의 이 양반(this gentleman·김정은)에게 압도(outplayed)됐다”고 주장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전략적 모호성 전술을 설파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 군사 조치가 시작되는 레드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허하게) 모래밭에 어떤 레드라인을 그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절한 때 단호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되면 시리아 공습 때처럼 예고 없이 응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북 군사 조치를 한다면) 아마도 (의회와의 협의 절차 없이) 헌법 2조의 대통령 권한을 활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8일 일본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오찬에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다.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며 필요한 경우 무력사용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어 “평화는 힘에 의해 달성된다”며 “미국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일본 한국 및 모든 동맹국, 그리고 중국과 긴밀히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잇따라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내놓자 북한도 고위급 외교 라인을 동원한 선전전을 펼치며 맞불을 놓았다.

한성렬 외무성 부상은 18일 평양에서 BBC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주 단위, 월 단위, 연 단위로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수행할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우리를 향해 군사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방식과 수단으로 핵 선제 공격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만큼 무모하다면 그날 바로 전면전이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김인룡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1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해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대해 “깡패 비슷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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