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밝히는 따뜻한 기부의 손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일 03시 00분


전남 곡성군 ‘길 작은 도서관’… 책 읽기 봉사활동 322만 원 적립, 전남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기부
광주 광산구 ‘수완동 지사협’… 회원 400명 성금 모아 이웃 지원

박찬주 전남 곡성교육지원청 교육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달 28일 초중학생 324명이 어르신들에게 책 읽어주기 등 봉사활동을 한 3225시간을 마일리지로 환산한 322만5000원을 전남 아동보호 전문 기관에 기부하고 있다. 곡성교육지원청 제공
박찬주 전남 곡성교육지원청 교육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달 28일 초중학생 324명이 어르신들에게 책 읽어주기 등 봉사활동을 한 3225시간을 마일리지로 환산한 322만5000원을 전남 아동보호 전문 기관에 기부하고 있다. 곡성교육지원청 제공
 2일 전남 곡성군 입면 서봉마을 ‘길 작은 도서관’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책을 읽었다. 서봉마을은 100가구에 주민이 200명 정도가 산다. 농촌에서는 비교적 큰 마을이지만 문화예술의 향기를 거의 느낄 수 없는 농어촌 마을 여건상 도서관이 유일한 문화 시설이다.

 김선자 길 작은 도서관장(47·여)은 농사철에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2004년 도서관 문을 열었다. 길 작은 도서관은 정이 넘치는 동네 사랑방이다. 도서관에서 한글을 배운 만학도 할머니 9명은 지난해 ‘시(詩)집살이’라는 시집을 펴냈다. 동네 아이들도 조만간 시집을 펴낼 예정이다.

 길 작은 도서관은 13년째 동네 아이들은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인생의 작은 나침반이 되고 있다. 길 작은 도서관을 찾는 20여 명의 아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책 읽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들 절반은 다문화가정에서 자라 한글이 다소 서툴다. 책 읽기를 통해 한글을 익히도록 김 관장은 아이들에게 어르신 책 읽어 주기 숙제를 냈다. 일부는 무척 부담스러워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을 얻었다.

 엄마가 필리핀 출신인 김대한 군(10·곡성 입면초교 4년)은 길 작은 도서관이나 경로당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책을 자주 읽어 드린다. 이상아 양(8·입면초교 2년)도 지난해 마을 어르신들에게 책을 50시간 정도 읽어 드렸다. 이 양의 어머니(38)는 “딸이 어르신들 책 읽어 주기를 통해 공경하는 마음을 배웠다”라고 했다.

 길 작은 도서관 책 읽기 봉사활동에 중고교생도 참여했다. 김 관장은 “책 읽어 주기 봉사활동은 아이들에게는 윗사람에 대한 공경심을, 노인들에게는 아랫사람에 대한 친밀감을 키워 줬다”라고 말했다.

 곡성교육지원청은 지난해 8월부터 길 작은 도서관 책 읽기 봉사활동을 모든 초중학생들에게로 확대 시행했다. 학생들이 책 읽기 소외 계층 봉사활동 시간을 마일리지로 환산해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키로 했다. 학생 342명이 6개월 동안 3225시간 동안 책 읽기 소외 계층 봉사활동을 펼쳐 322만 원이 적립됐다.

 곡성교육지원청은 최근 322만 원을 전남 아동보호 전문 기관에 기부했다. 박찬주 곡성교육지원청 교육장(58)은 “책 읽기 봉사활동은 농촌 아이들에게 독서와 봉사활동은 물론 기부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라며 “올해도 따뜻한 기부 운동을 이어 갈 것”라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투게더광산 수완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들은 지난달 22일부터 1주일 동안 ‘따뜻한 수완 만들기 희망 나눔 캠페인’ 일환으로 모금 활동을 펼쳐 성금 612만 원을 모아 소외계층에 전달키로 했다. 광주 광산구 제공
광주 광산구 투게더광산 수완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들은 지난달 22일부터 1주일 동안 ‘따뜻한 수완 만들기 희망 나눔 캠페인’ 일환으로 모금 활동을 펼쳐 성금 612만 원을 모아 소외계층에 전달키로 했다. 광주 광산구 제공
 광주 광산구 투게더광산 수완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수완동 지사협)도 지난해 따뜻한 나눔을 펼쳤다. 투게더광산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사회복지재단이다. 수완동 지사협은 인구 8만 명에 달하는 수완지구 내 영구임대아파트에 ‘행복 나눔 사연함’을 설치했다. 누군가 위기 상황에 놓인 이웃들의 사연을 적어 행복 나눔 사연함에 넣으면 광산구가 지원에 나섰다. 지원이 어려울 경우 수완동 지사협 회원 400명이 성금을 모아 도왔다. 지난해 행복 나눔 사연함을 통해 도운 사연만 32건에 이른다.

 수완동 지사협은 인근 농촌 마을인 임곡동과 지난해 4개 사업을 벌였다. 열악한 여건의 농촌 마을을 지원하기 위한 상생 배려다. 수완동 가게 210곳은 매달 2만 원씩 기부하는 나눔 친구 가게에 참여하고 있다. 배정배 수완동지역사회보장협의회장(68)은 “올해는 영구임대아파트 관리비를 오랫동안 내지 못한 이웃 등을 도울 계획”이라며 “수완동을 나눔 문화를 이끌고 이웃끼리 훈훈함을 느끼는 마을공동체로 발전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서봉마을#길 작은 도서관#곡성교육지원청#수완동 지사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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