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근]원격의료는 시대적 흐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이근 가천대 길병원 원장
이근 가천대 길병원 원장
최근의 일이다. 백령도를 여행 중이던 20세 여성이 자동차가 전복돼 부상을 입고 백령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비장의 손상이 의심되는 상황, 백령병원 의료진이 길병원 응급실과 원격응급협진을 시행했다. 원격으로 보내온 CT 영상과 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길병원 의료진은 외상성 비장 파열로 진단했다. 수술이 필요한 상황, 백령병원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해 헬기를 요청하고 환자가 이송돼 오는 시간 동안 길병원 의료진은 수술 준비를 마쳤다. 원격협진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정보기술(IT)의 발전은 의료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CT, 자기공명영상(MRI) 등에 힘입어 원거리 환자와의 소통과 영상정보 역시 교류가 가능해졌다. 길병원의 경우 1995년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웨이브 중계망을 활용해 도서지역과 원격화상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5년에는 취약지 응급의료 원격협진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참여하여 길병원 전문의가 농어촌 등 취약지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환자의 진료 정보를 전달받아 치료 방향과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원격의료는 의료 사각지대에서 그 효과와 이득이 충분하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원격의료가 의료계 간의 갈등 및 법적인 문제, 의료 민영화 등의 이슈로 인하여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길병원은 취약지역의 원격협진 사업을 시행하고 요양시설 원격진료 사업을 지원하면서 환자와 보호자를 비롯해 요양시설 종사자 및 촉탁의, 취약지 의사와 협진의 모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원격의료로 혜택을 보게 되는 환자들의 편의를 너무 작게 평가해선 안 된다. 원격의료는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고, 의료의 발전적 생존을 위한 필수 분야다. 시행 여부에 대한 갈등보다 예상 가능한 문제와 한계를 어떻게 하면 보완할 수 있는지, 발전적 합의점을 찾아야 할 때다.

이근 가천대 길병원 원장
#원격의료#원격협진 시스템#의료 사각지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