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발언 강도 높인 朴대통령… ‘김정은 정권교체’ 겨냥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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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심각한 균열 조짐”]NSC-국무회의서 ‘北체제 동요’ 언급

“위기 앞에 두고 내부 분열땐 퇴보의 길”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지하벙커’로 불리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추가 도발 등을 대비한 빈틈없는 방위태세를 강조했다. 청와대 제공
“위기 앞에 두고 내부 분열땐 퇴보의 길”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지하벙커’로 불리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추가 도발 등을 대비한 빈틈없는 방위태세를 강조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북한의 “심각한 균열”과 “체제 동요”를 언급한 것은 대북 제재 효과가 나타나면서 김정은 체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도록 더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이 처음 북한 정권의 ‘붕괴’를 언급한 것은 올 2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전후해서다. 박 대통령은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며 대북 정책 기조를 ‘대화’에서 ‘압박’으로 전환했다. 이어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조짐이 구체화되던 2월 4일에는 “(북한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국회 연설에서는 “북한 정권이 핵 개발로는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고 성토했다.

이때까지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 동참을 호소하며 대북 압박 정책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측면이 컸다. 하지만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회의에서의 발언은 북한 체제에 의미심장한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등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던 중견 간부들이 이탈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대북 제재 효과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고 비공식적인 자금의 흐름도 예전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앞서 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간부·주민에게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 가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며 북한 정권과 분리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 당국자는 “박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교체를 직접 목표로 하는 건 아니지만 변화의 조짐이 나타날 때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자멸하고 말 것이란 사실을 확실하게 깨닫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 박 대통령의 발언은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하는 측면도 있다. 북한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이 22일 시작된 것을 계기로 외무성과 총참모부, 조평통 등을 동원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은 “사소한 침략 징후라도 보이는 경우 가차 없이 우리식의 핵 선제 타격을 퍼부어 도발의 아성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겠다”며 핵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분별없는 망동을 보인다면 아직 세상이 알지 못하는 상상 밖의 무차별적인 징벌이 가해질 것”이라며 테러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부도 북한의 위협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중국을 방문했던 탈북민 3명이 최근 북한에 납치됐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안보 위기’를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내부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에 단호히 대처할 것을 당부했다. 이는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거취 및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의혹,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 등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어수선한 정국을 안보 중심으로 풀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또 내각과 사정기관 기강 잡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의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해 내겠다는 우리 모두의 단합된 의지가 무엇보다 절실한 때”라며 “위기 상황을 앞에 두고 내부의 분열과 반목이 지속되고 위기를 극복해 내겠다는 국민적 의지마저 약화된다면 퇴보의 길로 접어들게 될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주성하 기자
#박근혜#대북발언#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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