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왼손이 하는 CSR,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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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자선, 기부, 봉사 활동은 임직원과 지역사회, 일반 대중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평판뿐 아니라 나아가 매출과 이익을 올려주기도 한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이런 사회공헌(CSR) 활동을 전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선 의심이 들 때도 있다. 사회공헌 활동에는 분명 비용이 들어갈 텐데,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내가 구매하는 제품 가격에 전가되는 건 아닐까? 좋은 일을 한다는 생색은 기업인이 내고 값은 소비자에게 치르게 하는 건 아닐까? 최근 독일 루르대 연구진이 독일 소비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실험 연구를 통해 이런 불신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살펴봤다.

연구진이 발견한 바는 기업인들에게 충격을 줄 만하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자세히 안내받은 사람일수록 그 비용이 제품 가격에 반영됐을 것이라는 의심이 컸다. 차라리 알리지 않는 편이 나았다. 또한 이런 활동들이 조직원들의 자발적이고 이타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경영진의 전략적 방침에 따라 마련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일수록 제품 가격이 올랐을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했다.

루르대 연구진은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사회공헌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행사에서 발생하는 광고비나 수익금, 또는 경영진의 급여에서 충당된다고 적극적으로 알렸더니 소비자들의 반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자선이나 기부, 봉사활동이 항상 훌륭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오히려 그 의도에 대해 의심만 사고 불신만 낳을 수도 있다. 21세기의 소비자들은 기업의 진정성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똑똑하다.

기업의 문제점이나 스캔들을 가리기 위한 일시적 활동, 단순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활동, 직원이나 협력업체를 강제 동원하는 봉사활동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려면 생색내려 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또 자기 돈으로 해야 한다.

홍진환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jinhongs@naver.com
#경영의 지혜#경영#리더#c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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