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정치권과 소통 넓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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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첫 ‘정치활동위’ 설립… 대선 앞두고 정치자금 모아 지원
日기업들은 활성화… 활발한 로비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에 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PAC)를 설립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미국의 PAC는 기업 직원,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인과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모아 지원하는 단체다.

4일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주법인에 소속된 미국인 직원들은 지난해 말 ‘삼성아메리카PAC’를 조직해 최근 FEC에 활동보고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말까지 1만7049달러(약 2000만 원)를 모금했는데, 삼성의 미주 전체 고용 인원이 1만5000명임을 감안하면 모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PAC를 조직한 것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등 각 후보 진영과의 정치적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 워싱턴사무소 관계자는 “PAC는 미국인 직원들이 독립적으로 구성한 단체이며 한국 본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PAC에 등록한 직원 대부분이 부서장급 이상 간부여서 삼성전자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창구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 등 다른 한국 대기업처럼 워싱턴 K스트리트에 밀집한 로펌 등 로비스트를 고용해 정치권과 접촉하며 통상 이슈 등에 대처해 왔다.

도요타, 소니 등 일본 미국법인은 오래전부터 PAC를 통해 워싱턴 인사들과 접촉해왔다. 지난달 말 현재 모금액은 소니PAC가 63만 달러, 도요타PAC는 57만 달러다. 유대계 기업들이 참여하는 로비 단체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3월 연례총회에 클린턴, 트럼프를 연사로 초청할 정도로 막강한 로비력을 자랑한다.

삼성전자 워싱턴사무소 측은 PAC를 통해 어느 대선 후보를 지지할지에 대해 “누가 삼성과 한국에 유리한지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엄청나게 많은 TV를 미국에 팔고 있다’며 삼성을 간접적으로 비판해 온 트럼프보단 클린턴을 후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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