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 산업보안 지켜 미래를 연다 “창의력·열린마음 가진 인재 모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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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산업보안학과

중앙대 산업보안학과는 이론과 실습의 조화를 강조한다. 2015년 두산 인프라코어 현장 탐방에서는 관련 특강도 열렸다.
중앙대 산업보안학과는 이론과 실습의 조화를 강조한다. 2015년 두산 인프라코어 현장 탐방에서는 관련 특강도 열렸다.

보안이 뚫리면 미래는 잠긴다.

스마트 자동차, 스마트 의료, 스마트 금융은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런 첨단 제품이나 서비스를 마음 편히 쓰기 위해서는 보안이 전제돼야 한다. 안전하지 않은 무인자동차,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 의료서비스, 보안이 허술한 전자금융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첨단 디지털 비즈니스와 방대한 조직의 보안은 단순히 해킹 등을 방지하는 기술적 대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보보안(information security)과 산업보안(industrial security)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보보안은 산업보안의 일부분이다. 컴퓨터나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에 치중하는 정보보안과는 달리 산업보안의 대상은 그 범위가 넓다. IT, ICT를 포함해 각종 설비, 인적 자원, 운영기술, 지적재산권 등 기업이나 조직이 보유한 유무형의 모든 자산이 보호대상이다.

실제로 1조600억 원 규모의 에어컨 신기술 유출사고, 760억 원대 포탄제조 기술설비 불법유출 사고 등 여기저기서 보안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혁신적 기술이 이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보안은 국가와 기업의 지속가능 성을 보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토대다.

산업보안의 가장 큰 특징은 접근 방법이 융합적이라는 것이다. 경영, 컴퓨터공학, 심리, 법(제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보안을 다룬다. 최근 ‘인간중심 보안’이라는 이슈가 대두되고 있다. 이는 백신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사이버테러 대비 등 기술적 측면에 한정됐던 기존 정보보안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을 침해하는 기술유출 사고는 날로 대형화, 조직화되고 있다.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학생들이 실습실에서 다양한 보안접근방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을 침해하는 기술유출 사고는 날로 대형화, 조직화되고 있다.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학생들이 실습실에서 다양한 보안접근방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학과장인 김정덕 교수는 “보안은 해킹 방지 시스템만 강화한다고 안심할 사안이 아니다. 기술유출의 80%는 전현직 임직원에 의한 인재(人災)다.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까 등 인간 내면과 조직관리 측면 등 다차원적 보안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중앙대 산업보안학과는 공학 관점의 보안기술과 경영 관점의 보안역량을 동시에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2015년 신설됐다. 다른 대학 보안관련 학과의 교육과정은 대부분 네트워크보안, 시스템보안 등 기술적 보안 교육에 편중돼 있다. 하지만 중앙대 산업보안학과는 공학과 사회과학을 아우르는 커리큘럼으로 짜여져 있다. 이론과 실습의 균형, 인턴과 산학협력을 통한 실무적 지식 함양을 통해 복잡다기한 보안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 융합형 글로벌 보안리더 양성’이 학과 설립 취지이자 목표다.

교과 과정은 크게 4가지 분야로 구성돼 있다. ①산업보안 기반과 제도 분야 ②산업보안 디자인과 경영 분야 ③산업보안 구현과 기술 분야 ④산업보안 통합과 융합분야이다.
보안관련 법과 제도, 범죄 및 심리 현상에 대한 이해는 포괄적 보안을 위한 기초다. 조직경영에 부합하는 보안전략을 수립하고 보안활동을 설계하는데 필요한 경영·경제학을 배운다. 설계된 보안활동을 기술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IT 관련 전반적인 지식,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까지 공부한다. 마지막으로 보안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지식체계를 어떻게 융합해 적용할 것인가 등을 배운다.
이 4가지 전공영역에 대해 보통 1, 2학년 때는 기초를 배우고, 3, 4학년 때는 특정 분야를 선택해 심화학습을 한다.

김 교수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보안관리와 거버넌스(국가, 공공경영), 그리고 디지털 비즈니스 보안이다. 그는 금융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위원회 의장도 맡고 있다. 한국대표단장으로서 매년 2회 개최되는 정보보안 국제표준기구에 참여하고 있다. 10년 전부터는 최고경영층의 정보보안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는 거버넌스를 주로 연구하고 있는데, ISO 27014라는 ‘정보보안 거버넌스’ 국제표준화 작업에 에디터로서 주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한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정세희 씨(2학년), 김정덕 교수, 정채원 씨(2학년·왼쪽부터).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한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정세희 씨(2학년), 김정덕 교수, 정채원 씨(2학년·왼쪽부터).

이 학과는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아 중앙대의 미래를 선도할 7개 특성화학과에 선정돼 대학 측으로부터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받고 있다. 신입생(정원 40명)에게 4년 전액 장학금(평점 3.5 이상 기준)을 지급한다. 성적 장학금 이외에도 학과에서 진행하는 각종 대회를 통해 추가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정채원 씨(2학년)는 “2015학년도 2학기 때 산업보안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현장을 탐방해 결과를 발표하는 대회에서 우수상으로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며 “방학 때는 전공과 관련한 여러 특강을 무료로 개설해 줘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한편 이 학과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산업보안 특성화학과 시범사업에 선정됐고, 대학원(융합보안학과, 산업융합보안학과)은 교육부가 지원하는 ‘BK21+, 융합보안경영연구팀’, 미래창조과학부 주관 ‘정보보호 인력양성 사업’에 선정돼 보안 전문 업체 취업연계와 전액 장학금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전문기관, 전문협회, 글로벌기업, 보안 전문 업체가 참여하는 ‘CAU 보안리더스 포럼’을 통해 산업보안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산업보안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크게 3가지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첫째 보안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 제공하는 보안업체에, 두 번째는 국가 및 공공, 금융기관 보안관리 부서에, 마지막으로 보안 특수전문 분야에서 직업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대부분의 중견 및 대기업에서 전담보안조직을 만들고 있고 정부에서도 정보보안 직군을 신설해 보안공무원을 별도로 뽑고 있다. 중앙행정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등은 물론이고 국가방위산업체, 전력·항만·철도 등의 국가중요시설 보유업체, 금융, 통신, 의료기관의 보안관리 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취업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정도 성적이 돼야 산업보안학과에 합격할 수 있을까.
일단 학과의 특성상 문과, 이과 교차지원이 가능하다. 2016학년도 정시 커트라인은 중앙대 의대보다 조금밖에 낮지 않았을 만큼 대학 내 최고 수준이다. 학생부전형 합격자 내신은 1점대 초반이었고, 수시 논술 전형은 언수외탐 4개 중 3개의 합이 6 이내였다. 논술에 수리 문제가 한 문항 출제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2015년 ‘산업보안 산업체 리더 초청 특강’에서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학생들이 남상봉 KT 법무센터장의 산업기술 침해 사례와 대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15년 ‘산업보안 산업체 리더 초청 특강’에서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학생들이 남상봉 KT 법무센터장의 산업기술 침해 사례와 대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어떤 학생들이 중앙대 산업보안학과에 오면 좋을까.
기업의 보안담당 최고 책임자(CSO)로 경력을 쌓은 뒤 보안관련 회사 창업이 목표인 정세희 씨(2학년)는 “자부심과 도전정신은 필수다.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가려고 하는 게 아닌,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생각과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채원 씨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문제와 피해를 막기 위한 학문이기에 열린 마음과 상상력, 창의력이 필요하다. 현업에 진출해서는 여러 부서와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한데, 그래서인지 수강하는 과목마다 대부분 팀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고도화된 정보화 사회는 편리함을 주지만 보안이 허물어지면 재앙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정보의 통제와 보안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김 교수는 “복잡한 미래사회를 보다 안전한 세상으로 만드는 파수꾼 역할을 하겠다는 비전과 열정을 가진 학생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점점 커가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면 교수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산업스파이를 잡는 산업보안관’. 보람 있고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영식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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