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X파일〉3人의 달콤살벌한 뒷담화

  • 여성동아
  • 입력 2016년 3월 9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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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처럼 수일간 차 안에서 잠복근무를 하는가 하면, 같은 음식을 3주 이상 먹는다. 편당 제작 기간 평균 8주, 이동 거리만 약 5000km. 군 생활만큼이나 혹독하다는 채널A의 인기 탐사 보도 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이 지난 1월 31일 200회를 맞았다. 때로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열정으로 밀어붙인 지난 4년간의 취재일지를 제작진 3인이 공개했다.
채널A 〈먹거리 X파일〉의 200회 특집을 맞아 카메라 앞에 선 정회욱 CP, 김진 기자, 김군래 PD(왼쪽부터).
채널A 〈먹거리 X파일〉의 200회 특집을 맞아 카메라 앞에 선 정회욱 CP, 김진 기자, 김군래 PD(왼쪽부터).

썩은 마늘로 떡볶이를 만드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있는가 하면 7천원짜리 설렁탕을 만들기 위해 한우 뼈만 8시간을 우려내는 작은 식당도 있다. 채널A 〈먹거리 X파일〉이 취재한 우리의 먹거리 이야기다. 최근〈먹거리 X파일〉이 방송 200회를 맞았다. 그간의 다사다난했던 취재일지를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해 먹거리계의 ‘암행어사’ 정회욱 CP와 김군래 PD, MC 김진 기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 프로그램이 벌써 200회를 맞았어요! 소감이 어떠세요.
정회욱 CP 솔직히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어요(웃음). 먹거리에 대한 소재가 한정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프로그램을 하면 할수록 계속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나오더라고요. 결국 먹고사는 일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김군래 PD 과학기술처럼 먹거리도 진화하고 있어요. 문제는 그만큼 꼼수도 진화한다는 거죠. 먹거리를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라는 자부심도 있지만, 한편으론 우리 프로그램이 200회가 될 때까지도 여전히 식문화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커요.

김진 기자 저는 이영돈 PD님의 바통을 이어받아 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면서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어요. 일종의 사명감이었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희 프로그램도 진화했다고 생각해요. 더 젊어지고 액티브 해졌다고나 할까요?


▼ 〈먹거리 X파일〉의 경쟁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진 기자 ‘현장성’이죠. 다른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말로 확인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저희는 반드시 눈으로 확인하고 그걸 카메라에 담아서 시청자에게 보여줘요. 저희 프로그램이 믿음을 쌓는 방식이죠.

김군래 PD 저희가 꼭 꼼수 현장을 고발하고 불편한 진실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에요. ‘착한’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유행시키기도 했으니까요. 바르게 만드는 사람들, 바른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칭찬하고 격려하죠.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먹거리를 다루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고, 또 그렇게 해서 부자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김진 기자 저희가 꼽은 착한 식당들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이거나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 아니에요. 그저 은퇴한 노부부가 정성껏 요리하는 식당 같은 곳이죠. 작은 식당도 착하게 음식을 만들면 얼마든지 대박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에요. 유명 맛집을 다루는 타 방송과 가장 다른 점이죠.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김군래 PD 2012년에 방영된 ‘냉면 육수의 진실’ 편을 준비하던 때요. 당시만 해도 종합편성채널 평균 시청률이 1%대였는데 3%가 넘는 시청률을 찍었거든요. 사실 개인적으로 그 회의 준비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아내가 첫아이를 출산하는 순간인데도 편집을 하느라 가보지 못했거든요. 큰아이의 태명이 ‘대단이’였는데 아무래도 아이 덕분에 큰 성과를 거둔 게 아닌가 싶어요.

김진 기자 저는 ‘훈제 달걀’에 대해 취재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계란 공장 잠입 취재를 했었는데, 거기서 일하는 분들이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셔서 그런지 체격이 굉장히 좋더라고요(웃음). 취재 사실이 발각돼 장정 대여섯 분에게 둘러싸여 곤란한 상황을 겪었어요. ‘내가 장가도 못 가고 여기서 죽는구나’ 싶었는데 다행히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제작진들이 저를 구하러 와줘서 겨우 살았죠.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어요. 카메라 한 대가 파손되는 것으로 끝나서 다행이었죠.
▼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요.
김진 기자 착한 식당 명패를 들고 방문할 때죠. 사전에 연락 없이 방문해서 직접 전달해드리곤 하는데, 그럴 때면 백이면 백 펑펑 우세요. 남들에게 ‘바보’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미련하고 우직하게 식당을 운영하며 겪은 아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대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 내가 하는 일이 생명을 걸고 할 만큼 가치 있구나’ 하는 걸 많이 느껴요.

정회욱 CP 저는 착한 식당이 방영되고 바로 다음 날이 가장 뿌듯해요. 방송 후 얼마나 그 집이 장사가 잘되는지 궁금해 몰래 가보기도 하거든요.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 제가 보상을 받은 것처럼 기쁘죠. 예전에 방영됐던 식당이 계속 장사가 잘되는 모습을 볼 때도 행복해요.

김진 기자 편법을 쓰는 업주들이 “이러다 〈먹거리 X파일〉에 나오면 큰일 난다”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 뿌듯했어요. 그만큼 우리 방송을 무서워하고 있다는 증거잖아요. 방송이 나가서 이런 상황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 제가 힘이 나는 이유입니다.
▼ 현장에서 느낀 먹거리에 관한 가장 큰 문제는 뭔가요.
정회욱 CP 음식점의 위생 상태요. 주방이 공개되지 않은 식당들이 많은데,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손님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잖아요. 실제로 그 안을 들여다보면 더러운 주방 용기들로 조리를 하고, 지저분한 손으로 음식을 만지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어요. 그런 식당들이 주방 바깥으로 음식을 내놓을 때는 또 깔끔하게 내놓아요. 심각한 문제죠.

김군래 PD 잔반 재사용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 같아요. 밑반찬을 넘어서 주메뉴까지 재사용을 하고 있는 식당이 비일비재하니까요. 손님이 먹다 남긴 회도 무침으로 만들어 다시 식탁에 내고, 손님이 수족관에서 보고 직접 고른 활전어를 주방에서 바꿔치기하는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죠.

김진 기자 그래도 〈먹거리 X파일〉에서 진행한 ‘잔반 재사용 방지 캠페인’이 좋은 효과를 거두는 것 같아 기뻐요. ‘직접 잔반을 한곳에 모아 버려주세요’라는 문구의 스티커를 음식점 안에 붙이는 간단한 캠페인이었는데 그 효과는 대단했죠. 이것 하나만으로도 식당들은 잔반을 재사용할 수 없게 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음식점에 대한 믿음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음식점 주인과 소비자 간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묘안이었던 셈이지요. 하지만 잔반 재사용 문제는 아직도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못한 것 같아요. 결국 이런 현상들은 ‘양심’의 문제라고 봐요. 얼마 전 ‘착한 설렁탕’을 파는 가게를 정말 어렵게 찾았어요. 그곳에선 7천원짜리 설렁탕 한 그릇을 내기 위해 한우 뼈만 무려 8시간을 삶아요. 그런데 다른 식당들은 설렁탕 분말도 모자라 진액을 넣어서 만든 8천원짜리 설렁탕을 팔아요. 과연 어떤 게 양심적인 걸까요? 바르게 조리해서 바르게 대접하는 식당, 그게 바로 양심적인 식당인 거죠.


▼ 〈먹거리 X파일〉을 만들면서 제작진의 실제 생활도 많이 달라졌나요.

김군래 PD 이번에 200회 특집 방송을 준비하면서 프로그램 초창기 시절의 제 모습이 담긴 영상을 봤어요. 지금과 비교하자니 진짜로 늘씬한 모습이더라고요. 〈먹거리 X파일〉을 하면서 제가 몸이 많이 불긴 불었나 봐요(웃음).

정회욱 CP 몸무게도 몸무게지만, 피부 트러블이 먼저 와요. 식자재 유통 관리의 허점을 파고들기 위해 몇 날 며칠씩 차 안에서 잠복을 하는 일이 부지기수거든요.

김진 기자 요즘 마음 놓고 식당을 못 가요. 한번은 회사 후배들과 함께 호프집에 갔는데, 가게 사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저희 가게는 기자님이 드실 만한 음식이 없다. 죄송하지만 옆 가게로 가달라”며 정중하게 부탁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개인적으로 식당을 갈 때면 안경에 모자까지 쓰고, 조용히 먹고 나와요. 꼭 시집살이하는 며느리 같은 마음으로 외식을 하곤 합니다.

김군래 PD 저는 오히려 식당 주인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것 같던데…. 한번은 동석한 사람들과 프로그램에 대해 대화하고 있었는데 주인이 오셔서 가게의 음식에 대한 어필을 엄청 하시더라고요. 서비스도 굉장히 좋았고요.
▼ 드시는 음식도 특별해졌을 것 같아요.
정회욱 CP 다들 그럴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일이 너무 바빠서 제대로 된 식사보다는 패스트푸드를 먹는 경우가 많죠. 저 역시 시간이 없어서 끼니는 대충 때워요. 오늘 점심도 빵으로 대충 때웠고, 저녁에 뭐 먹을지는 생각도 못 해봤어요.

김군래 PD 먹는 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먹을 때 까다로워졌죠. 함께 식사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고나 할까요? “이 음식은 화학조미료를 쓴 것 같아” “이 음식은 이런 방식으로 조리했어” 하면서 계속 음식에 대해 평가를 해요. 심지어는 가족끼리 밥을 먹으면서도요.

김진 기자 정작 저보다 제 주변 분들이 더 많이 신경을 쓰세요. 요즘 처갓집에 가면 장모님께서 부쩍 “천연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원래 외식도 자주 하고 요리할 때 조미료도 꽤 쓰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와이프도 예전에는 ‘간편주의 조리법’을 택하곤 했는데 요즘은 샘 킴이나 미카엘 셰프처럼 ‘자연주의 조리법’을 추구하고 있어요. 덕분에 평균 요리 시간이 전보다 2.5배 정도 늘어난 것 같아요.
▼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검은 유혹은 없었나요.
김진 기자 실제로 정말 많은 곳에서 연락이 와요. 일반 식당은 물론이고 국내 유수의 제약업체에서도 “우리 건강보조식품이 정말 좋다”고 연락을 주시죠. 한번은 검찰 쪽에서도 연락이 왔어요. 불량식품을 근절하려고 하니 〈먹거리 X파일〉에서 취재 중인 아이템을 제공해달라는 식이었죠. 프로그램이 잘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화도 났어요. 우리가 이미 취재해서 방송한 것들만 상세히 지켜봤다면 진작 불량식품이 근절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 열심히 일해야 할 사람은 검찰 쪽인 것 같은데, 이거 너무 아이템만 쉽게 가져가려는 것 아닌가요?

정회욱 CP 엄청 많은 식당들로부터 ‘제보’를 받습니다. 식당을 정말 착하게 운영하고 있으니 와서 취재 좀 해달라는 이야기죠. 그리고 얼마 후에 또다시 전화가 와요. 왜 안 찾아오느냐고요. 정말 안 갔을까요?(웃음) 이미 몰래 가서 검증을 해봤고 착한 식당이 아니라서 연락이 안 간 겁니다.


▼ 앞으로 세 분이 만드는 〈먹거리 X파일〉은 어떻게 진화할까요.

김군래 PD 먹지 못하는 음식보다는 먹을 수 있는 것, 나쁜 것보다는 착한 것들을 많이 소개하고 싶은 바람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식문화가 하루빨리 개선되도록 정부에서 많이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정회욱 CP 소재를 좀 더 확장해보려고 해요. 기존에는 식당과 요리, 식자재 등 주로 ‘소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먹거리가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파헤쳐볼 생각이에요. 저희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것은 식문화의 전반적인 변화니까요. 식문화가 변화하는 만큼 우리 〈먹거리 X파일〉 팀 역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겠죠.

김진 기자 얼마 전 ‘수돗물의 진실’을 취재하면서 우리가 매일 먹는 물에도 특유의 맛과 종류가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어요. 저는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물’을 넘어서 ‘공기’까지도 검증하는 김 기자가 되겠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남편은 못 믿어도 〈먹거리 X파일〉의 김진은 믿는다’라는 말, 금방 들을 수 있겠죠?

Q U E S T I O N

〈먹거리 X파일〉, 그들은 뭘 먹을까?
김군래 PD 점심엔 방송국 근처 식당에서 푸짐한 떡갈비 정식을 먹었고, 저녁엔 역시 방송국 근처 고깃집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할 계획이다. 전국 팔도 착한 식당이 궁금하다면 김 PD에게, 상암동 근처 맛집이 궁금해도 김 PD에게!

김진 기자 낮엔 자연산 굴로 만든 굴전을 먹었고, 저녁엔 방송에서 소개한 적 있는 착한 식당에서 크림 파스타보다 부드러운 콩국수를 먹을 계획이다. 하루 종일‘착한 먹거리’ ‘착한 식당’ 생각뿐인‘걸어 다니는 〈먹거리 X파일〉.

정회욱 CP 너무 바빠서 점심은 빵으로 때웠고, 늦은 오후가 되도록 저녁에 뭘 먹을지는 생각도 못 해봤다. 이게 다 〈먹거리 X파일〉 200회 특집 방송 준비 때문이다.

시청자가 뽑은 충격의 ‘X파일’ TOP 5
1위 썩은 마늘이 팔린다
썩은 통마늘이 식재료로 유통된다는 사실이 발각됐다. 마늘을 다지면 실제 마늘의 상태가 어땠는지 육안으로 식별이 어렵다는 것을 악용한 사례다. 소규모 식당뿐 아니라 국내 대형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이 썩은 마늘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져 식품업계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2위 대창 구이의 진실
쫄깃하고 고소해서 인기가 많은 먹거리인 대창. 소비자들은 대창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곱’이라 믿고 먹었는데, 〈먹거리 X파일〉 취재 결과 대창 안에 들어 있는 것이 100% 기름 덩어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작 대창 유통업자들은 “대창은 절대 먹지 않는다”고 말해 충격을 더했다.

3위 음식물 쓰레기 실종 사건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버려진 쓰레기 식재료가 식당으로 납품돼 재사용된다는 충격적인 내용.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는 상인과 이를 납품받아 손님들에게 음식으로 판매한 업주까지. 제작진이 30일간 잠복해 취재한 충격적인 실태다.

4위 병든 돼지로 만든 바비큐
야외에서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통돼지 바비큐. 사실은 병들어 폐사시켜야 하는 돼지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5위 냉면 육수의 진실
돈을 받고 파는 냉면 육수가 사실은 인공 조미료, 설탕, 식초를 섞어 만든 것. 대다수의 냉면에서 식중독 유발 수준의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나왔다.

글 · 정희순 | 사진 · 홍중식 기자 | 디자인 · 유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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