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경로당 찾은 安 “스티브 잡스도 애플서 쫓겨난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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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탈당 후폭풍]
분당 갈림길에 선 제1야당

14일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날 127석에서 단 한 석이 줄었다. 겉모습은 여전히 ‘제1야당’이다. 하지만 한 석의 후폭풍은 더 거세졌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주류와 비주류는 문재인 대표의 거취를 놓고 공방을 계속했다.

이날 문 대표는 15일까지 당무를 중단한 채 “어머니를 만난다”며 지역구가 있는 부산으로 향했다. “정치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자”며 말을 아꼈다. 15일 부산, 17일 광주 방문을 앞둔 안 의원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안 의원은 이날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지역을 돌며 활동을 재개했다. 내년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 안, “잡스도 처음엔 쫓겨났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시당에 팩스로 탈당계를 제출했다. ‘팩스 탈당계’에 탈당 이유로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 실현을 위함”이라고 적었다.

안 의원은 노원구 경로당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데, 처음엔 존 스컬리에게 쫓겨났다”며 “그 이후엔 스티브 잡스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탈당한 자신을 잡스, 문 대표를 스컬리에 빗댄 것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잡스가 1997년 애플에 복귀한 뒤 아이북, 아이폰 등으로 정보기술(IT) 업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흔들지 않았느냐”며 “마찬가지로 정치권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7∼11일)에서 호남권 지지율이 21.0%로 올랐다. 1주일 전에 비해 7.1%포인트 오른 것이다. 전체 대선후보 지지율도 10.1%로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10%대에 올라섰다.

○ “文으로 단결해야” vs “文이 책임져야”


당 안팎에선 치열한 주도권 전쟁이 벌어졌다.

문 대표의 핵심 측근인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문 대표를 중심으로 당의 전열을 정비해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와 가까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페이스북에 “‘새 정치’의 저작권자인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인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명 개칭이 빨라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 대표의 마이웨이를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비주류 성향의 ‘구당모임’은 “(문 대표는) 당 대표로 분열의 위기에서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실상 문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이어진 중앙위원회는 안 의원의 ‘10대 혁신안’과 관련해 “주요 내용은 당헌에 반영하고, 세부 사항은 최고위원회에 위임한다”고 의결했다. 이를 두고 한 당직자는 “원작자는 떠났는데 내용은 남은 사람들이 떠안게 됐다”고 꼬집었다.

‘통합행동’의 김부겸 전 의원은 “상대방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면서도 “안 전 대표를 보냈다고 ‘문재인당’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주류 측에 경고했다. 문 대표 측은 갈등 봉합을 위해 ‘통합 선거대책위원회’의 구체적인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 1차 탈당의 영향은?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이 17일 탈당하기로 하면서 후속 탈당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의원은 당분간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한 비주류 인사는 “일단 당에 남아 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거나 선출직공직자평가위의 하위 20% 컷오프 발표 시점에 추가 탈당이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고향인 전북 순창에서 칩거해 온 정동영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연구소 ‘대륙으로 가는 길’ 송년회에서 “많은 국민이 제대로 된 정권 교체를 바라고 있어 필요하다면 힘을 보탤 생각”이라며 정치 재개를 시사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차길호 기자
#안철수#분당#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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