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총선심판론… 與 내부 “대구 물갈이 다음은 부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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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앞 요동치는 정치권]“진실한 사람만 선택을” 발언 파장

총선 나갈 장관들 나란히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청와대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부터) 모두 내년 4월 총선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총선 나갈 장관들 나란히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청와대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부터) 모두 내년 4월 총선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게 해 달라”고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청와대는 4대 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원론적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심판의 메시지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나를 따르는 세력이 민생세력이고, 그 세력이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총선을 향한 ‘정면 돌파’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과 함께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센 대구에 이어 부산도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순차 물갈이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여권 내부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야당=반(反)민생세력? 정쟁세력?’

박 대통령은 비판의 대상을 국회로 총칭했지만 사실상 야당을 향해 “모든 것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다” “말로만 민생을 부르짖고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을 ‘반민생세력’ ‘정쟁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야당 후보를 뽑지 말고 새누리당 의원을 뽑아달라는 지지 호소라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안 처리 협조를 강하게 요청한 것일 뿐”이라며 “정쟁만 일삼는 세력은 심판을 받을 것이란 원론적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자기가 요구하는 노동개혁에 반대하고, 자기가 주장하는 가짜 민생 법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모조리 총선에서 떨어져야 한다는 협박”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 순차 물갈이 대상은 부산?

TK(대구 경북)도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의중)’을 두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의 전현직 참모들은 ‘박심’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점을 앞세워 민심을 파고들 계획이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일부 친박들에 대해 박 대통령 뜻을 남용하는 ‘용박(用朴·박 대통령을 이용함)’이라고 반격에 나설 태세다. 친박 대 용박의 ‘프레임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여권에선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대구 동갑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박심’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보는 분위기다. 박심이 실린 후보들이 일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을 콕 찍어 ‘솎아 내기’에 나섰다는 것.

문제는 진짜 박심이 실린 후보가 누군지 정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것. 청와대도 박심이 실린 인사를 알려야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민하는 분위기다.

물갈이 대상 지역이 대구에 이어 부산 경남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른바 ‘박근혜 사람들’ 중 대구 출마자가 가려지고 난 뒤에는 부산에 대한 물갈이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부산에 출마할 사람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구와 함께 부산 지역 출마를 고려하고 있고, 안대희 전 대법관도 부산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10일 사직한 김영호 감사위원은 진주고 동기동창인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진주을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 ‘장고(長考)’ 끝에 23분간 법안 통과 호소

박 대통령은 23분간 현재 국회에서 계류되어 있는 중요 법안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언급하며 그 내용과 의미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두 달여 만에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데다 향후 해외 순방 때문에 당분간 국무회의를 열 수 없어 할 말이 많았다는 것. 박 대통령은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를 두고 오랜 고민을 했다고 한다. ‘총선 심판론’ 대목은 막판에 직접 넣은 문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혁 mhpark@donga.com·이재명 기자
#총선#총선심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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