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정은]“문화전당 9월 개관 아니다” 문체부의 억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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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문화부
김정은·문화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제점을 잘 짚었다.” “사실 (전당은) 답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 “광주 및 전남 문화계와도 아시아문화전당은 격리돼 있다. 이 부분도 취재 부탁한다.”….

9월 정식 개관을 앞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전당)이 부실한 준비로 ‘예고된 재앙’이 우려된다는 29일자 동아일보 1, 8면 보도가 나간 뒤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이 보내온 문자메시지의 일부다. 문체부 내에서도 전당에 대한 고민이 상당함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문체부는 같은 날 본보 기사에 대해 어이없는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요지는 ‘9월은 일반인 공개, 11월은 공식 개관이며 그때에 맞춰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11월이 개관인 만큼 9월을 기준으로 준비가 허술하다는 지적에는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체부가 불과 이틀 전 낸 보도자료의 첫 문장은 ‘오는 9월 4일 개관을 앞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시작된다. 지난해 10월에도 문체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5년 9월 성공적인 개관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7월 사전 개관 및 시범 운영 △8월 최종 점검 △9월 전면 개관의 일정을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수없이 ‘9월 전면 개관과 차질 없는 준비’를 공언해 놓고도 부실한 개관을 지적하자 은근슬쩍 ‘9월은 일반인 공개, 11월이 정식 개관식’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만약 11월 개관이 사실이라면 ‘모든 역량을 집중’하지 않아 일정에 차질을 빚은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더욱 황당한 건 예매율 관련 해명이다. 문체부는 개관 프로그램 예매율이 10%대로 부진하다는 본보 지적에 ‘가예약’이라는 희한한 표현을 동원했다. 문체부는 “예매율은 10%지만 관람 예정 관객 중 결제를 하지 않은 가예약 70%까지 따지면 80%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예매란 관객이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티켓을 사전에 구매하는 행위다. 돈을 내고 구매하지 않았는데도 예매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0년간 이미 8000억 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된 전당의 운영에는 해마다 1000억 원 가까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목표대로 ‘아시아 문화허브’가 될지 ‘돈 먹는 하마’ 신세가 될지는 탄탄한 콘텐츠와 야무진 운영에 달렸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갈 길은 멀지만 지금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앞뒤가 안 맞는 해명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조차 아깝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문화전당#개관#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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