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의사, 발열중 행사 두군데 참석… ‘지역감염’ 번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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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비상/서울 방역망 구멍]서울시 ‘35번 환자’ 행적 공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대형병원 의사(38·35번 환자)가 서울 시민 1700여 명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4일 드러났다.

35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확진 판정을 받은 14번 환자(35)를 서울 D병원에서 진료하다 메르스에 감염된 3차 감염자다. 서울시에 따르면 35번 환자는 지난달 29일 발열 등 경미한 증세가 있었고 31일부터 발열과 기침 등의 증세가 심해져 이날 오후 9시 40분부터 병원에 격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35번 환자는 병원 격리 전 증세가 있는 상황에서도 재건축조합 총회(1565명 참석)에 참석하고, 병원 관련 심포지엄(150여 명 참석)에 등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35번 환자는 이 외에도 공공장소를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 ‘지역사회 감염’ 우려 커져


35번 환자가 접촉한 시민들 중에도 앞으로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병원 내에서 이루어지는 감염이 아닌 ‘지역사회 감염’이다. 병원 내 의료진, 환자, 방문자로 국한돼 있던 감염 영역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크게 확대되는 것이다.

또 35번 환자가 증세 발현 중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접촉한 1700여 명의 접촉자를 찾아내 추가 격리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4일 기준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는 격리자는 1667명인데, 이에 맞먹는 수의 접촉자를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찰 등 공권력을 동원해 격리 대상자를 찾아내야 하고, 자가 격리 후에는 관리를 담당하는 추가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중앙 방역 관리망이 뚫린 상황으로, 메르스 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복지부와 서울시 간 환자 관리 논쟁 심화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간에 35번 환자의 관리를 둘러싼 책임 논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35번 환자의 시민 접촉 사실을 확인한 뒤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내용을 발표할 것을 요청하며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복지부가 35번 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고, 1565명의 재건축 참석자들에 대해서도 수동 감시하겠다는 의견을 보내왔다”며 “이러한 미온적인 조치로는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해 해당 내용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서울시의 35번 환자에 대한 확진 시기에서도 차이가 난다. 복지부는 35번 환자가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서울시는 35번 환자가 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감염병 환자 관리를 둘러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유례를 찾아보기 ‘진실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35번 환자로 인한 파장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근 복지부가 메르스와 관련해 계속해서 빗나간 전망을 발표했고, 대응에서도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1일은 1차 유전자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최종 결과로 볼 수는 없다”며 “4일 2차 검사 결과도 최종적으로 양성으로 나와 확진 판정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 군 장병 89명 격리

서울시에서 1500명이 넘는 감염자 접촉 수가 발생한 데 이어 군대에서도 메르스 확산이 우려된다. 공군 A 원사의 메르스 확진 여부 판정을 앞두고 군내 ‘메르스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특성상 군 내 메르스 유입이 현실화될 경우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3일 1차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A 원사는 국군수도병원에서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그와 접촉한 장병 6명은 국군대전병원에서 각각 격리 중이다. 같은 부대 소속 장병 68명도 자택(간부 41명)과 별도 생활관(병사 27명)에 격리돼 증상을 지켜보고 있다고 군은 밝혔다. 군은 4일 기준 메르스 사태로 격리된 군 장병이 총 89명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군 장병 중에서 메르스 환자가 생겨도 심각한 문제로 번질 위험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부대란 폐쇄된 공간에 있기 때문에 민간인보다 격리 및 통제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 감염 전후의 생활과 동선 등 역학조사에 꼭 필요한 항목도 파악하기 쉽다.

한편 군은 메르스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 마련에 들어갔다. 8∼10일 오산기지에서 예정돼 있던 예비군 동원훈련을 잠정적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로 예비군훈련이 연기된 것은 처음이다. 오산기지에 주둔 중인 주한 미 7공군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메르스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기지 출입감시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세형 turtle@donga.com·우경임·김수연 기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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