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관 낙하산 은밀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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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캠프 출신 등 범여권 인사… 눈에 잘 띄지않는 비상임이사로
중점관리기관 36곳에 47명 포진

박근혜 대통령의 공공기관 정상화 다짐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인사들이 공공기관 요직에 임명되는 ‘정피아(정치권+마피아)’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관장이나 감사 대신 상대적으로 감시의 눈길이 덜 미치는 비상임이사에 정치권 인사들이 집중 포진하고 있다.

30일 본보가 정부의 중점관리 공공기관 36곳의 비상임이사 220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10명 중 2명이 넘는 47명(21.3%)이 범여권 출신으로 집계됐다. 중점관리 공공기관은 부채가 많거나 방만 경영을 한 기관으로 2013년 12월 지정됐다. 부실 대형 기관이 많은 만큼 이사회 의결에 참여하는 비상임이사 역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비상임이사 47명 중 27명은 새누리당에 몸담거나 공천을 신청했던 인사였다. 18대 대선에서 박 대통령 캠프에 참여한 인물이 11명, 국가미래연구원 등 대통령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들과 친박(친박근혜) 성향 외곽단체 소속 인물이 8명으로 집계됐다. 전직 국회의원부터 정치권에 막 발을 내디딘 ‘정치 꿈나무’까지 경력도 다양했다.

비상임이사 자리는 연봉 3000만 원에 불과하지만 향후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정치권 인사들의 지원이 쇄도하고 있다. 또 권한에 비해 책임이 적다는 점도 비상임이사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 공공기관 이사는 “비상임이사는 사실상 내정 상태에서 공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상임이사 낙하산 현상이 박 대통령의 공공기관 개혁 방침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13년 1월 “일하는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는 새 정부에서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낙하산 척결은 대형 참사를 막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기업 비상임이사가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신을 챙겨주는 자리로 활용되면서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공공기관 정상화를 가로막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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