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단추모양 전지를 삼켰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4월의 주제는 ‘안전’]<65>매년 평균 60여건 사고

지난해 10월 주방에 있던 김모 씨(31·여)는 두 살 된 아들이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뜨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들은 계속 기침을 했고 입가에는 침이 흘렀다.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아들을 잠시 거실에 혼자 둔 게 화근이었다. 김 씨가 아들 옆에 놓인 유아용 장난감을 확인해보니 전지 덮개가 느슨해 힘을 주지 않아도 단추형 전지가 쉽게 빠졌다. 엄마가 한눈파는 사이 아들은 장난감에서 빠져나온 전지(지름 3.2cm 이하의 원형 리튬전지)를 삼켰다. 응급 내시경 수술로 식도 부근에 있던 전지를 꺼낼 수 있었다. 이상 증세를 발견한 김 씨의 신속한 조치 덕분에 아들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김 씨는 사고 이후 단추형 전지가 사용되는 장난감은 사지 않는다.

어린이가 장난감, 리모컨, 계산기 등에 들어가는 단추형 전지를 삼키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평균 63건의 단추형 전지 사고가 접수됐다. 특히 같은 기간 접수된 삼킴 사고 232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63건(70.3%)이 1세 이하 영아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영아는 손에 잡히는 물건을 입으로 가져가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연령에 비해 전지 삼킴 사고의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이 전지가 몸속으로 들어가면 침과 전류가 만나 화학 반응을 일으켜 체내 화상 등을 입을 수 있다.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센터 교수는 “어린이가 삼킨 전지가 오랫동안 체내에 방치되면 부식이 진행되면서 식도에 천공(구멍)이 발생하거나 위로 넘어가 위 점막을 손상시킨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단추형 전지를 삼켰을 때의 장기 손상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돼지 식도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전지가 2시간 이상 식도에 머무르면 화상, 장기 천공 등이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 교수는 “전지 삼킴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전지를 삼킨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장기간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2011년 미국에서는 단추형 전지를 삼킨 생후 13개월 된 아이가 이틀 후에야 제거 수술을 받는 바람에 대동맥이 손상돼 숨졌다.

전문가들은 단추형 전지를 사용하는 제품의 전지 덮개가 나사로 고정돼 있는지 확인하고 쉽게 열리면 강력 테이프로 고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세 이하 영아는 언어발달이 미숙해 전지를 삼키고도 부모에게 고통을 설명하지 못할 수 있디. 이 때문에 영아가 단추형 전지에 불필요한 호기심을 갖지 않도록 부모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가급적 영아가 보지 않는 곳에서 가전제품의 전지를 교환하고 다 쓴 전지는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사고#안전#어린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