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농협 무단인출 미스터리’ 조사 착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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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0대 주부 통장 텔레뱅킹… 41차례 1억2000만원 빠져나가
정보유출-해킹 흔적없어 미궁에… 금융당국 “신종사기 추정” 긴장

올해 6월 농협 통장에서 주인도 모르게 텔레뱅킹으로 1억2000만 원이 인출된 사고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긴급검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텔레뱅킹을 이용한 신종 금융사기 수법이 등장한 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IT금융정보보호단, 상호금융검사국 등 내부 인력과 외부 보안전문가 등 7명을 농협중앙회에 파견해 긴급검사를 시작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선 경찰과 공조해 이번 인출사고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할 계획”이라며 “또 농협의 텔레뱅킹 시스템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당시 수사에 착수했지만 누가, 어떻게 통장에서 돈을 빼갔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두 달 만에 수사를 종결했다가 최근 파문이 커지면서 보강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앞서 6월 전남 광양에 사는 주부 이모 씨(50)는 농협 통장에 모아둔 1억2000만 원이 자신도 모르는 새 무단 인출되는 피해를 겪었다. 돈은 텔레뱅킹을 통해 6월 26일부터 사흘 동안 41차례에 걸쳐 약 300만 원씩 11개 금융회사의 15개 대포통장(타인 명의의 통장)으로 나뉘어 이체된 뒤 모두 인출됐다. 텔레뱅킹의 발신번호는 이 씨의 휴대전화였으며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전에 이 씨의 아이디(ID)로 농협 홈페이지에 접속해 통장 잔액을 조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텔레뱅킹으로 돈을 이체하려면 예금주의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계좌 비밀번호, 이체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 각종 개인정보가 필요하다. 농협 관계자는 “내부에서 이 씨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정보가 저장된 전산시스템 메인서버가 해킹된 흔적이 전혀 없다”며 “개인정보를 알아낸다 해도 고객이 갖고 있는 보안카드 없이 제3자가 돈을 빼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1억2000만 원이 오후 11시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일정액씩 단기간에 빠져나갔다는 점에서 의심쩍은 금융거래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농협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이상거래 탐지시스템(FDS)을 구축 중이었다”며 “12월 초로 앞당겨 FDS를 적용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인출 사고가 발생한 농협은 농협중앙회 산하의 지역단위 농협으로 제2금융권(상호금융)에 속한다. 농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이 떨어져나가 설립된 농협은행이 지역농협의 전산시스템을 위탁 관리하고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농협#무단인출#텔레뱅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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