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전자가 하청업체를 고소한다고?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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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4일 명예훼손-협박 訴제기

삼성사옥 앞 비난 현수막 걸기도 삼성전자가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2차 협력사 직원들이 21일 삼성 서초사옥 앞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에서 삼성전자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한글 및 영문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사옥 앞 비난 현수막 걸기도 삼성전자가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2차 협력사 직원들이 21일 삼성 서초사옥 앞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에서 삼성전자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한글 및 영문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전자가 이르면 24일 2차 협력업체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및 협박 등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다. 삼성전자가 중소 협력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인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은 많았지만 그 반대 경우는 재계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통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3일 “해당 업체가 터무니없는 보상금을 요구하는 데다 면담 과정에서 칼을 꺼내 보이는 위협적인 행동까지 하는 등 도를 넘은 행태가 이어져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더이상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A사는 1997년 설립된 소규모 사출업체다. 삼성전자와는 지난해 4월 1차 협력사인 S사가 스마트폰 케이스인 ‘플립 커버’에 들어가는 판재(판판한 플라스틱 부분)를 납품하기로 하면서 협력관계를 맺었다.

삼성전자와 A사 간 갈등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9월. A사는 “S사가 삼성전자에 제공한 자료 중 특허 기술 자료가 포함돼 있었다”며 삼성전자에 기술 침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삼성전자 측은 “S사로부터 A사 자료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없다”며 “해당 자료와 플립 커버에 실제 적용된 기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고민 끝에 삼성전자는 분쟁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이 불리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12월 A사와 공식 계약을 맺고 판재를 납품받기로 했다. 하지만 두 회사 간 갈등은 1년도 안 돼 다시 불거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A사는 삼성전자가 요구한 품질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제때 물량을 공급하지 못했다. 결국 A사는 올해 9월 삼성전자에 계약 파기를 통보하며 그동안 공급하지 못한 물량과 시설투자비 등에 대한 보상으로 수백억 원을 요구했다.

삼성전자 측은 “기술을 지원해 줬는데도 A사가 품질 기준에 부합하는 부품을 만들어 내지 못해 물건을 공급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을 통한 조정도 시도했지만 시각차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관계자는 “지난달 말 조정 신청이 들어와 한 달 정도 조정을 시도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A사는 최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과 서초사옥 주변에 삼성전자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 10여 장을 내걸고 직원들을 동원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생을 고려해 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법적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A사는 본보의 취재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21일 서초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던 A사 관계자도 “현재로선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입을 다물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전자#하청업체#명예훼손#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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