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성원]안철수식 새정치와 메시아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3일 03시 00분


박성원 논설위원
박성원 논설위원
“안철수는 뭐랄까… 네가 제일이다, 이래야 접할 수 있는 사람 같더라고. 기본적인 세계관에 비뚤어진 메시아주의가 있어. 내가 모든 걸 고쳐주겠다! 이런 메시아사상이 있는 걸 사람들이 간파를 못하는 것 같아.”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박상증 목사는 지난해 2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이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을 할 때 이사였던 안철수 의원에 대해 이같이 말한 적이 있다. 히브리어 ‘메시아(Messiah)’는 예수 그리스도를 일컫는 말로 ‘기름 부음을 받은 자’ ‘신에 의해 선별된 자’를 뜻한다.

지난달 한 간담회에서 안 의원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과 다른 독자적 정당을 창당하려는 이유에 대해 “기존 정당에 들어가서는 정치구조와 문화를 바꾸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6·4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내면 야권 분열이라는 비판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연대해야 이긴다는 건 패배주의 발상이고 자기부정”이라고 했다.

2일 안 의원이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기자회견을 열고 “양측이 힘을 합쳐 신당을 창당하기로 했다”고 발표할 때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공·사석에서 수없이 되풀이한 “연대는 없다”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내고 설사 지더라도 끝까지 간다”던 공언(公言)이 하루아침에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팔고초려’로 모셔왔다는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이 “이자가 얼마나 거짓말을 했는지 알아야겠다”고 토로했던 것은 안 의원을 새 정치의 메시아로 알고 지지했던 사람들의 당혹감 모욕감을 반영한다고 나는 본다. 그래서 다음 날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에서 안 의원이 다음과 같이 국민 앞에 사과하거나 해명할 줄 알았다.

“적대적 공생을 해 온 양당구조를 깨기 위해 여러분의 바람을 모아 새 정치 독자정당을 끝까지 만들어보려 했지만, 저의 역량이 부족하고 넘지 못할 어떤 벽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점 무엇으로도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 다른 길을 통해 다시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안 의원의 실제 발언은 사뭇 달랐다. ‘동지들에게 미리 상의 드리고 충분히 의견 구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며 시작한 그는 기초단체 공천 배제 공약 파기를 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적반하장으로 나섰다”고 목청을 높였다. “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국민의 정치혐오와 불신이 깊어지면 결국 정치기득권이 더 강고해진다.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말도 했다.

여당이 공약과 달리 기초단체 공천을 하는 것과 안 의원이 말을 바꿔 민주당과 사실상 합당을 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정치 불신을 깊게 하는 것일까. 안 의원은 다음 날 전주에서는 “민주당이 바뀌어도 새 정치고 새누리당이 바뀌는 것도 새 정치다. 저희들만이라도 약속을 지키고 국민을 섬기는 것도 새 정치다”라고 했다. 자신이 쏟아냈던 말을 하루아침에 뒤집은 데 대해선 이후로도 한마디 사과도 해명도 없었다. 오히려 이런 비판을 “기득권 세력의 비난과 폄훼”라고 하거나 “상대가 욕을 많이 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정치권에 와서 알았다(5일 부산, 신당 설명회)”고 비웃었다.

안 의원과 민주당의 통합을 친북좌파나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주축으로 하는 대안세력 출현으로 봐주자는 긍정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념 노선 이전에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를 상실하면 독선이 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내가 하면 새 정치고 네가 하면 ‘위약(違約)의 정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를 ‘메시아니즘’으로 규정했던 원로 목사의 말이 틀렸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말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안철수#새누리당#민주당#6·4지방선거#김한길#새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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